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蓮伊 III -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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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111회 작성일 19-01-02 00:27

본문





달빛 기울이는 산사나무는 알고 있었다. 어둠이 단지 무명이 아니라는 것을.


빗줄기 굵어지면 연이蓮伊는 잎맥보다 더 가느란 내 신경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었다. 

蓮伊는 버스럭거리는 잎새들 안에서 나를 엿듣고 있었다.


내 마음도 모르는 내 마음을 그 헐벗은 옷, 어진 미소가 운무 자욱한 글자들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하면

뿌연 산사나무떼는 그 어떤 황홀에 젖어 혼자 떠는 것조차 이젠 감내할 수 없다는 듯 그 어떤 영원한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蓮伊는 蓮伊를 건너가고 있었다.


차가운 바위와 바위 사이에서 우리 둘 사이에서 젖어가는 수림愁霖은 이리도 간절한 것이었다. 


왜 우리 외로움은 이 끝없이 잔약孱弱한 조찰한 절기節氣와 잇닿지 못한다는 것인가? 


내가 蓮伊를 바라보듯이 빗줄기는 갈수록 거세지고 싸리꽃들은 시원으로 움츠러들고 있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이 모든 것들이 蓮伊를 그려내는 동작들이라는 것을. 이 모든 것들이 蓮伊를 이루어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蓮伊를 바라보았다. 세상 태어나 맨처음 바라보았던 잎같은 파란 보조개, 하늘 담은 미소. 

높은 곳에서 움찔거리는 잎들의 미세함이 나를 蓮伊에게 데려왔다는 것을.


잎이 그저 잎이 아니라 잎 바깥에 있는 그 어떤 무한하고 외로운 것을 자신에게 모두 투영하고 싶다는 듯이, 蓮伊가 내 앞에 서 있었다. 파악할 수 없는 물결처럼 흩어지는 송화가루. 매캐한 고독 속에 蓮伊가 침잠해 있는 것이다. 


내 피부에 와 닿는 빗방울들의 투명함이 이렇게 무거운 이유를, 언젠가 蓮伊에게 말하리라. 

蓮伊의 그 쓸쓸하고 착한 미소 속에서, 그 눈동자 바깥에 편히 앉아 봄하늘과 여름비를 일러주는 억새밭을 본다.   

젖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본다.


빗줄기에 젖어 가는 숲은 바위 틈에 고여 있는 씁쓸한 두릅순부터 가시 돋친 바위들이 점점 더 뜨거워져오고 있었다, 




댓글목록

꿈길따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들이 방학이라 내 정신을 쪽 빼버려
다시 들어 갔다 나와야 될 정도입니다

내일 북미 여행 준비도 하지 않고 그저
게임만 해 준비하라고 했던니 머슬 만드는
운동기구에 둘이 올라 타 장난 치더니

결국 피를 보고야 말야 신년 초부터 머리
뚜껑을 열게하기 일보 직전이지만 인내로
마음을 꾹꾹 눌러 수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내용은 다음 기회에 봐야 겠다 생각합니다
경상 같아 두고 보고 있으면서도 맘이 산란해
제네들이 정신이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내요

남아들 키우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느끼게 되어 우리네 어머님들은 어찌 다
감당 했는지 제 친구는 오빠만 5명이었으니...우~~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해 초입부터 많이 바쁘시군요. 글 쓰신 것만 보아도 얼마나 신경이 쓰이실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새해도 건강 챙기시고 건필하십시오.

꿈길따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방금 빨래 터 갔다가, 아버님 병원에 가던 중
한국에서 여행온 학생들 만나 몇 군데 좋은 곳
알려주고 왔는 데 빠뜨린 곳이 있어 아쉽네요

한 달간 여행이라던데 젊은 날 경험 쌓으려
미지의 세계를 여행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지
싱그럼이 풋풋하게 묻어나 참 부럽더라고요

먼 훗날 지금 이 시간도 그리워 하겠다는 맘에
그래 현실의 날 바로 보고 살아야 후회않으리
새삼 마음을 다짐하게 하고 있는 정월 초하루!!

이제 밤도 점점 깊어만 가고 있어 하루도 잠깐!
그곳은 신정 휴가로 서울이 한산 할 것 같네요
들뜬 맘 가라앉혀 목표에 직시하겠다 싶습니다

늘 사유체로 걸러 쓰시는 시에 향필하시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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