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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에 피는 아지랑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1,065회 작성일 19-02-18 08:37

본문

밥상머리에 피는 아지랑이 

 

 

탁탁탁탁 상다리를 펴 밥상을 차린다 

 

간밤에 따놓은 보름달 빼다 박은 상에

세상 파고들지 말고 크게 보라고

핵을 흩트리지 않는 달무리처럼

중심을 향해 식구 수대로 수저를 걸친다

수저조차 세상의 중심점을 향해 가지런히 두 손 모으고 공손하다

 

 

네 상다리로 떠받들어져 밥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제 분수를 알고

조력의 다함을 인정함이 반상이고 위대한 밥상

 

 

위대함이 별것인가

발바닥의 고마움과 부유의 시간

은혜로움을 야무지게 주고받을 줄 아는 지혜

 

 

빙 둘러앉아 숙명처럼 밥을 떠먹는 행위는

몸짓 하나하나의 영혼을 한가운데로 모으는 의식

모아진 시간 속에서 운명처럼

고착된 시간 수거할 수 없는

우주 속 공동운명체임을 약속하는 시간

모래시계 병목을 통과시키는 방류 전 자정(自淨) 의례

 

 

지구 자전의 조짐이라도

느껴볼 수 있다면

오늘도 내일을 당겨와

밥상머리에 앉을 것이나

껍질을 벗어던진 귤인 양

가운데를 향한 각방으로

오늘도 그들은 밥상머리 가족인 것

의식을 치르듯

머리를 맞대고 아무 말 없이

젓가락이 서로 방향을 달리 해도 절대 얽히지 않는 배려

한 걸음 못 되는 밀도에서 절대

머리 부딪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밥상머리 질서는 온 땀구멍 온 머리카락을

헤아리지 않아도 살아지고

살아지는 사랑의 촉수들

 

 

진정함은 행세가 아니고

아늑하게 바라보는 무언의 눈길

하루를 또 살아야 해서 하루를 살아보는 것이 아니다

 

 

밥상 다리에 핏줄이 불끈 솟는 이유는

밥상머리에 어리는 그림자가 조용한 체온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


댓글목록

cucudaldal님의 댓글

profile_image cucudalda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첫구절의 긴장감도 재밌고요. 마지막연도 너무 좋아요.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밥을 먹는데도 왜 부딪히지 않는지..
재밌게 읽고 갑니다. 파랑새 시인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쿠쿠달달 시인님.
시인님의 성실함에 탄복합니다. 발톱에 때만도 못한
졸시에 댓글 주심에, 채찍 주심에 감사합니다~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부엌방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구구절절 합니다
기가 막히네요
예전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오봉상을 피고
 대여섯 식구가 오밀조밀
고등어구이  한마리 가지고 나누어 먹던
정신없이 생각않고서 말 한마디 없었지요
고등어 구이 처럼 고소하고 달콤한 시
진짜 너무 부럽습니다
파랑새가 날듯이 시원하게 읽고 나갑니다
파랑새 시인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뉘엿 해 기울고 꽁치 굽는
비릿한 냄새가 온 동네를 휘저으면
그때서야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각을 했던
참 허기진 시절이 있었죠
아무 종교도 없으면서 하늘에
빌면 다 들어주실 것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던.
그 시절 밥상머리 교육은 참 따뜻했었던 기억이 ``

주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연스런 질서속에 따뜻한 체온을 가진 조용한 가족 입니다
문득 옛 추억의 밥상에 미소가 번집니다
감사합니다 파랑새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손 시인님
가마솥에서 푸눈 고봉밥도 그 시절
왜 그리 나만 적게 주는 것인지 늘 성에 차지 않아
허기가 도지곤 했죠 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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