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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2,127회 작성일 19-04-07 10:48

본문

  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 / 백록

 

 


   방 한 칸 마루 한 칸 부엌 한 칸

   그럭저럭 초가삼간에다 덤으로 비친 무덤의 터무니 같은 반에 반 마지기 우영팟으로 부채 같은 부추나 채소들 기웃거리면 그런대로 넉넉하던


그때 그 시절

 

   타고난 한량이라 밖으로만 나돌아댕기던 아버지가 방을 독차지해버리면

   할머니와 어머니와 누이와 동생과 난

   썰렁한 골마루 한 이불 속이던


그때 그 시절

 

   쌀 몇 톨 희끗거리는 반지기 밥상머리는 아버지의 몫

   나머지는 부엌데기 양푼이 보리밥 신세이던


그때 그 시절

 

   허기의 궁금증이 동냥하듯 아버지 가방으로 슬쩍 들어가 보면

   서푼벌이 외상장부인 듯 월 4푼 차용증인 듯

   구겨진 종잇장만 덜렁거리던


그때 그 시절

 

   ‘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

 

   서툰 시를 쓰다 문득 헷갈려버린

   맞춤법의 데자뷔다


댓글목록

詩農님의 댓글

profile_image 詩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전설같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가난했지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추억이 있는 그때가 도리어 그립습니다.
요즘은 아이도 낳지 않고 여러 식구가 어울려 사는 것은 천연기념물같기도 하니까요.

맛살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때 그 시절, 한 때 겪었던 가난의 시절
많은  공감 속 읽고 갑니다
뒤 늦게 신춘문예 포토시 입선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백록 시인님!

선아2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선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난의 시절은 어설프기만 했지요
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처럼
띄어쓰기조차 맞는지 안맞는지
그저 먹을거리가 있으면 더 좋았던 시절이니까요

포토시 선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김태운 시인님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려움을 겪던 가난한 시절처럼
거처하는 방의 경계도 묘하게 뒤바뀌는 순간들
한 줄의 시모음도 어렵게 정리되었다가
이외의 흔들리는 결과물이 될 때가 흔히 있습니다
늘 건필하고 계시니 시인님은 아름다운 결과 물로 귀결될 듯 합니다
주말 평안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가삼간은 그나마 나았고
사실 두 칸이었지요
마루는 사치스러울 정도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싶네요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억 속에 깃든  희미함으로
사방에서  들여다보는 마음을  마구흔들어 놓으셨군요

글이건,  사진이건 간에  예봉을  피할 겨를이 없게  하십니다ㅎㅎ
석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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