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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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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1,183회 작성일 19-06-17 16:58

본문

아침마다 누가 돌을 던지나 생각했다


뻥 뚫린 구멍을 에워싸며 금간 창공의 파편들이

온 세상으로 흩어져 박히는 것이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잠시 지나가는 발바닥이

이렇게도 아릴수가 없는 것이라고,

단지 꽃 한 송이 보려는 것인데

뿌리를 내리면, 응어리가 지고, 그늘이 지고

마침내 꽃도 져서, 떨어진 꽃잎을 뒤집어 쓴 흙이

침울하게 굳어가고, 단 한 알의 밀알도

썩지 않고는 열매를 맺을수 없는 땅을 버리고

낙타는 소금 자루를 지고 사막으로 떠난 것이라고,


화밀을 향해 날아드는 나비의 날개보다

불꽃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의 가슴에

깊숙히 채집핀을 찔러 넣으면

이상하게도 심장이 아리는 것이다


모래를 쥐면, 주먹을 빠져 나가는 간지러움,

뙤약볕에 달궈진 모래가 흩어지는 종아리는 따뜻하고

일어서고 엎드릴 때마다 외는 파도의 진언 소리가 아득해지고

어쩐지 머릿속은 텅 비어 가는데, 소록소록 마음이 차올라


이제서야 나는 흐르는 시간이다

뒤엉키고 뭉쳐져서 굳어가는 시간의 한 복판에

유리의 사원을 세우고

솔솔솔 흐르는 자유의 알갱이로 모래 무덤을 만들고

한 숨 푹 죽었다 깨어나면 누군가 젖은 손으로

다시 돌려 놓을수 있는 시간이다


이제는 누구도 움켜쥐고 굳힐수 없어

유유히 머리에서 발끝으로 흘러내리는 간지러움을

마침내 죽은 낙타의 뼈를 발라내는 모래 바람을

시간이라 부르며, 그대! 다 부서져 내렸는가?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래시계로 이런 멋진 시가 나오는 군요.
그냥 감탄만 하다 갑니다.
좋은 시에 머물러 보니 너무 행복합니다.
보고 또 볼 것 같네요.
늘 건필하소서, 싣딤나무 시인님.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쓸 수 없게 된 것인가 싶어
오래 절망 했습니다.
이게 시이긴 한가 싶어서
안간힘으로 쓰고 나서 떠 절망 합니다.

시가 쓰여지고, 시를 쓴 것 같으면
살아 있기 위해 제가 지불하는 어떤 힘겨움도
뿌듯하게 용서가 되었는데
시가 저를 떠나버렸다고 느끼는 시간 동안은
손으로 들어올리는 힘겨움 조차 아무 감각이
없어진 것 같은 허무감과 외로움에 시달립니다.

아무 목적도 없이
그저 시가 목적 입니다.
창에 띄우면 조회수 수십번이 고작인
그러다 넘어가버리면 쓰레기보다 허무한 것인데
쓰는 순간 아! 시에 가까워져 가는구나
술술, 시와 내가 호흡하는구나 싶을때의
황홀감 때문에 매달리고 또 매달립니다.
시의 불꽃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죽어가고 있다면 족할 것 같습니다.

제가 쓴 시를 읽어주시고 좋다고 해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울고 싶고요,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 구석탱이에 옆으로 누워 잠만 자는 모래시계가
이토록 눈부시다니요
먼지털어서 바로 일으켜보니 아직 살아있네요
주인을 잘못 만난 모래시계를 세워놓고 면면히 시를 읽고 또 읽고 있답니다
눈이 아리네요  심장까지 아릴지도...
흐르는 시간이 모래바람을 몰고 오는 듯 살아있습니다

감상하는 마음에 모래가 솔솔 쌓여 간지럽힙니다
고맙습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추한 문장을 깊이 봐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늘 평범하고 일상적인데서 물어내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시의 발견들을 읽으며 많은 공부를 삼고 있습니다.
방문 감사드립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은 낙타의 뼈를 발라내는 모래 바람'을 시간이라고
노래하는 것이 시인의 마음일진대,
절망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좋은 시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건투하시길.

싣딤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덜길이라는 닉네임이 참 재미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궁금합니다.

늘 시가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바빠서 댓글 달지 못합니다.
감사드립니다.

미루샘님의 댓글

profile_image 미루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래시계를 주제로 이토록 길고 멋진 시어를 토해 내신
싣딤나무님의 시적 내공에 감동하게 됩니다.

이제 시에 입문한 초년생으로서 "모래시계"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이런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지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닙니다. 과찬이십니다.
그저 저의 기본 입장은 나의 시를 쓴다는 것입니다.
이미 누가 썼던, 혹은 비슷한 발상과 문장들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래도 일천한
재주와 지식때문에 본의아니게 많은 모방을 하게 됩니다.
가르침이라면 제가 좀 받고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부엌방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삽에 한번 디게 놀란 눈
모래시계에 빠집니다
싣딤나무 시인님
이것은 천지 차이의 느낌
경종을 울립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좋게 봐주시니 감사 합니다.
부엌방님의 시 또한 순수한 진정성이
느껴져 빠짐없이 읽고 배웁니다.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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