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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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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206회 작성일 19-09-05 13:12

본문




내 집은 등나무 넝쿨에 덮여 있었다. 등나무 넝쿨이 호흡함에 따라 집은 안으로부터 들썩들썩거렸다. 


손톱 밑에 꽂아 넣은 바늘처럼 등뼈가 지나가는 벽에는, 가난한 창틀이 파도가 되어가고 있었다. 


푸른 비린내의 장막에 갇혀서 어제의 아침보다 오늘의 한낮이 먼저 찾아오는 일이 잦았다. 


그 아이가 문을 열면, 파도가 눈 안 가득 차오르도록 뻐꾹새소리 그 다음으로 정적이 밀려들어왔다. 


그 아이 숨소리가 조용한 수국 꽃잎을 다물었다. 그늘로 추락하는 수정이 은근한 빛을 내뿜었다.


사랑니가 비췻빛이었던 그 아이가 모습을 감춘 것도 그 집에서였다. 나의 희미한 그늘은 늘 맨발이었다. 소꿉놀이 하듯 멧새가 찾아들었고, 깃털이 알록달록한 우물 안에 뛰어든 구름이 익사하고 있었다.


지붕에 빈 거미줄만이 흔들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투명해지는 정적. 내 집 마루에는 빈 항아리만 가득했다. 거울 대신 밤마다 차 오르는 보름달을 자궁 안에 닦으며, 집은 제 숨소리 안에 칠월을 흘려 넣는 것이었다.  


켜지지 않는 전등. 목젖까지 올라 오는 빛의 부재를 작게나마 빈 책상까지 몰아가며 나는 시를 썼다. 밤이 오지 않는 작은 놀이를, 어쩌면 숨막히는 비문(非文)들 사이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 아이 발자국이 계속 가다가 멎어 있는 그 지점. 외로운 청보리알 한 톨이 멧새 시체와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여름비가 내릴라치면 집은 거대한 푸른 호흡이 되어, 내 작은 폐에는 쉬이 숨을 거두지 않는 호롱불 하나가 있었다.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감마님한테 걸리면 멍석말이에 쫒겨 날지도 모를 리스크를 감수하고 머슴이 종일 장작 팰 생각은 하지 않고 칠월을 지웠다,
그렸다, 펼쳤다, 흘렸다, 칠월에 갖혀 딩굴딩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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