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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일을 생각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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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81회 작성일 19-09-18 12:50

본문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일을 생각하는 것은

같은 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엘리베이터라는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게 불편해서 10층까지 걸어 올라가거나 걸어 내려오거나 두 층 정도 내려가서 10층에서 타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딱히 대답할 방법이 없다. 아예 모르는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타는 건 괜찮지만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는 건 슬픔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슬픔이 존재하지만 얼굴 정도 아는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죽 내려가거나 또는 위로 죽 오르는 일은 슬픈 일이다. 엘리베이터는 참 묘한 공간이다. 문을 통해 이동한 장소 중에 그 장소가 또다시 이동을 하는 아주 기묘한 공간인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면 약간의 흥분과 조금의 불안이 공생하게 된다. 5층에서 묘령의 미인이 타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4층과 5층 사이에서 멈추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공존하는 장소이다. 엘리베이터는 도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장소이지만 소외된 장소이기도 하다. 엘리베이터는 머무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흔한 계단이나 복도에서마저 사람들은 잠시 머물러 담소를 나누거나 서류를 확인하거나 흡연의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딱딱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차가운 도시 속에서도 빨리 스쳐 지나가고 더 차갑고 다 딱딱하다. 회식 후 술 취한 아버지가 잠시 탔다가 빠져나가도 그 노동의 냄새가 낙인처럼 엘리베이터에 각인되어 있는 설명 할 수 없는 장소다. 엘리베이터는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나도 짤막하게 엘리베이터에 관한 초현실 소설을 써보기도 했다. 하고 싶은 말은, 엘리베이터를 거쳐 빨리 집으로 들어가 아늑한 잠을 청하기를 바라지만 나는 그 스쳐가는 장소인 엘리베이터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나를 닮았다. 누구도 머무를 수 없는, 한없이 이동을 해야만 삶의 존재를 인정받는, 그래봐야 아래위로 밖에 이동하지 못하는, 그런 엘리베이터 속에 있으면 잊어버린 나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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