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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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석촌 정금용
불에 탄 공룡의 뼈를 찾으러 왔다
쏘시개로 누명 쓴 끝에
아무렇게나 누워버린 가랑잎에 무서리나 피하라
눈길로 덮어주러 왔다
덮치는 불길 막으려
등성이 저쪽 비탈진 재 넘어 가슴 벌려 버티다
까무러쳤을 너럭바위를 살펴보러 왔다
말라비틀어졌어도
붉은 통곡은 남아 상실은 깊고 아려도 그나마 멸종은 면한 듯
타다만 재 속에 뼈대는 그대로
내일을 기다릴 여지를 남겨
둘러앉아 수습 나선 구름 같은 문상객들
비감 대신 안도의 웃음꽃 나눠 담고 꼬리 물어
꼬부랑길 돌아간 뒤
비워야 트인다는
산마루 무연한 전망 속에 언뜻 비치는 뜻을
빈자리에 잔 불을 끄던 누군가는
끄다
그을린 마음속에 옮겨붙을까 봐
식혀 그린 듯 담아
불에 놀란
냉랭한 가슴에 둘도 없는
명약이 되었다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간결한 언어가
뼛속 깊이 자리잡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바야흐로 만산에 붉은 불길
냉랭해진 가슴마다 약이 될 듯 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산불의 은유 기법이 놀랍습니다.
산불에 놀란 것이 아니고 시 내용에 놀라고 갑니다
주말 평안을 빕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년년세세 타오르는 불꽃인데
매캐해지지 않으시기 간절히 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