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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306회 작성일 20-04-11 21:49

본문



  활연




  마부磨斧
  그곳 언저리에 계시다
  작침作針
  뼈를 깎았으므로 스스로 침이 되셨다

  아흔다섯 父가
  칼싸움을 구경하고 계시다

  사십 년 더 깎으면 나도 저 활극으로 들어가 무사같이 무찌르리라

  붉은 도끼날 한 조각을 떼어내 맞춤한 바늘 하나를 겨냥하느니
  훗날 마음의 넝마를 기워댈지

  횃불 다섯 둥치를 홀연 끄고
  '父께서 오십여 년 전 저지른 罪가 이렇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뇌는데
  가만히 발등 짚어보신다

  도끼날 겨눈 나와 아비, 父
  목포 언덕 아래 고려장 하고 입방아 누비질하다

  이윽고

  이제 태워도 되겠는지요
  오냐, 어서 태워라

  말미암아

  한 줌 잿더미 山을 입으시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쩌다가 아버지를 함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주 너른 버덩에도 봄빛이 환하리라. 가보고 싶네요.
건강하세요.

이옥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정말 오랜 만입니다^^
그 오랫동안 뵙지 못한 동안
저는 경상도 오지에서
농사꾼이 되어 있답니다
가끔 시 같지 않은  시를 이곳 에 올리면서
시인님이 궁금했습니다
반가운 마음 전합니다
활연 시인님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경상도 오지가 고향인데 저도 그곳에 가보고 싶네요.
늘 선한 미소와 아름다운 모습이 기억납니다.
시는 요즘 거의 내외하지만, 시 쓰는 마음은 늘 달물 같지요.
늘 건강하시고 쾌한 날 지으세요.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슴 한귀퉁이에 산처럼
자리잡은 부재
언젠가 아버님과 함께 한 시간을 그려내신
시인님의 먹먹했던 시를 읽은 기억이 나네요
늘 건강하세요^^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의 뒤꼍

활연


  요양원에 묶은 시간이 이러구러 흘렀다
  아버지와 나와의 거미줄을 당겨 바닷가에 앉았다 나는 현실주의인지 리얼리즘인지를 떠들었고 그 말인지 저 말인지 번갈아 가며 파도 소리에 섞어 또박또박 횡설수설했다 아버지는 간간히 고개를 끄덕였다
  먼 바깥 주위를 살피다가 나무 의자로 가만히 감정을 회복시켰다 한나절 나는 320km 남짓 거미줄을 게워냈고 아버지는 거미줄 위에서 무기력하게 출렁거렸다
  사실주의가 완성될 무렵 거미줄이 무척 어지럽구나
  해먹으로 돌아가 흔들리는 게 좋겠다
  아버지는 귀환을 재촉했다
  고전주의가 저녁의 쌈에 싸여 목구멍을 간신히 넘었다 아버지시여, 무말랭이처럼 잘 마른 낭만주의 창밖을 바라보며 회고에 젖으시면 천금의 시간이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것입니다 부디 모쪼록 모름지기  외로워 마시고 궁전의 날 잘 보내세요 곱사등이 같은 조촐한 뒤를 밀었다

  생활의 바퀴를 잔뜩 감아 핸들이 한사코 팽팽해질 즈음 지중해를 건너오는 사이렌 소리

  지상을 완강하게 움켜쥐려 앙상한 날개뼈 부러뜨린 마음이 검붉은 땅거미로 스민 마음이

  천국의 창
  놓친 발목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사이
      .
      .
      .
  노구 한 채
  시멘트 바닥에 왈칵, 엎질러졌다




 이 글을 말씀하시는 듯. 늘 화사한 꽃길 걸으시길 바랄게요.
미인은 봄에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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