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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1회 작성일 20-06-23 07:33

본문


물이 닿지 않는 곳이라야 새벽하늘이 시작되었다. 


그 아이가 난파(難破)하여 흰 구름이 되고 깨진 파도가 되고 멎지 않는 섬이 되었다는 곳이 머지 않았다. 아침 날빛이면 조그맣게 멀리서 번뜩이는 숨결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하여 내 폐 안에는 작은 유리조각이거나 비늘 한 점같은 것이 굴러다녔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이지만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그것은 빛의 형태로 넓게 퍼져나갔다.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이 非文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읽을 수 없는 이름이 적힌 수첩이 물에 불어 여기까지 떠밀려 왔었다.  


혈관이 끊겨 하얀 손목이 주홍빛 우산을 높이 펄쳐들었다. 원색(原色)이 넓게 허공에 번져나가자 약간 기울어지는 파란 바람이었다. 무한한 허공을 달려나간다. 혀 끝으로 읽어내는 허공이었다.


멎지 않는 파도였다. 어느 파도쯤에 그 아이가 익사체로 숨어 내게 가까와지지도 않고 멀어지지도 않으며 그저 투명한 창문을 열고 혼자 익사한 방 안에 떨어져 그 얼굴에 낙인이 되어버린 非文을 나는 황홀한 듯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는 점점 더 짙어져 가는 녹음 아래 있었다. 파문 위에 내 모습을 겹쳐 바라볼 수 없었다. 청록빛 이끼를 털어내 보아도 그 얼굴은 가까와지지 않았다. 해당화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느라 비단천이 낡았으나 그 아이는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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