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이 있는 방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레몬이 있는 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441회 작성일 20-08-07 00:48

본문



레몬이 있는 방

 

  

- 레몬은 호흡하는 보석이다 (이영희, 1967)

 


이 방 안에 나와 레몬뿐입니다. 창틀에 앉은 먼지라든가 작은 마호가니 탁자라든가 

연륜이 보이는 전등갓같은 것이 우리 중간에 있지만, 

레몬과 난 서로를 조응합니다. 

난 애벌레 흘러가는 물에 조용히 세수합니다. 돌아와보니, 

레몬향기 외의 것들은 모두 씻겨가버렸습니다.    


나는, 해바라기 밭이 껍질에 비치는 레몬을 

투명한 글라스 안에 놓았습니다. 내 자신이 레몬 껍질 안에 갇혀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라현에서 보았던 하얀 사슴이, 

주홍빛 거대한 나무기둥들 사이로 슬쩍슬쩍 보이던 사슴이 

레몬 껍질 안에 갇혀 있습니다. 

내 얼굴도 팔다리도 마음도 그 사슴과 함께  

모두 시디 신 과육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흘러가는 레몬 껍질 위에 

내 사랑 이야기를 씁니다. 멀리로

떠나갔던 적 있습니다. 안 돌아올 생각으로.


비췻빛 바다가 멀리 물러나는

조용한 바다에서 자잘하게 부서지는 비늘들을 보았습니다. 그것들은

더 큰 빛을 이루며 함께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부서진 폐선 드러난 늑골이

육지로부터 머지 않은 톱 위에 걸려있었습니다. 그대도 해변가 바위 위에 엎드려누워 

앙상한 뼈를 갈매기들에게 내주고 있었습니다. 그대, 

행복하셨나요? 나는 다섯 바다를 울며 

떠다녔더랬습니다. 


나는 그 무수히 간절한 것들이

내게 속삭이는 파선한 것들이, 레몬 껍질

안에서 잠들지 못하는 것을 압니다. 노란 껍질 속에

격렬하게 껍질을 안으로부터 두들기는

방 하나 있습니다. 레몬과 난 이 방 안에서 서로 바라봅니다. 이 방 안에서 나는 

염증으로 가득찬 폐를 쥐어뜯으며 

빨갛게 무너져내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레몬 껍질은 안으로부터 더

단단하고, 완전한 를 

이루며 노랗게 견고한 감촉과 향기의 결합, 하나로

요약할 수 없는 환희와 황홀이 겹치는 자리, 대리석 탁자 위에 저렇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레몬 껍질 안으로부터 향기로운 것들이 

밖으로 뛰쳐나가고자 껍질을 힘껏 

두들기고 있을 겁니다. 그 간절한 것들을 가두고 있는 저 껍질은,

걷잡을 수 없는 힘을 향기롭고 조용한 것으로 

변화시키고 있기에 늘 긴장이 흐릅니다. 

늘 위태롭습니다. 저렇게 서늘한 레몬 껍질은 그래서 

격렬합니다. 나는 무너져내리길 그만두고 

내 손톱 빛깔같은 레몬 껍질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나는 레몬 앞에 앉아

사슴 한 마리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조용한 뿔이 

내 가슴을 건듭니다. 사슴은 익사하려고 

빙하 녹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비췻빛 호수로 다가갔다고 합니다. 

레몬 즙이 침묵의 가장 낮은 곳으로 고여들며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침묵을 

조곤조곤 내게 들려줍니다. 이 방에 레몬과 나 

둘뿐입니다.  





 


댓글목록

빛날그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빛날그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레몬의 피부는 차다, 로 끝나는 그이의 레몬이 있는 방 안, 을 초대했네요.
암튼 서술이 힘차고 수려합니다. 덕분에 한참 미소를 지어봅니다. 굿!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영희 수필가의 레몬이 있는 방을 읽고 그 이미지를 갖고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오늘 이렇게 쓰게 되네요.
그 수필에서 가져온 것은 이미지뿐이고 실상은 제 이야기를 하게 되었네요.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서 레몬향이 풍겨져 쏟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항상 정성이 담긴 시를 올려주심 감사드려요.
좋은 빛깔의 시 한편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코렐리 시인님.

Total 40,982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03-20
4098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 01:36
40980 힐링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 00:25
40979 일미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 00:04
40978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 04-28
40977 안개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 04-28
40976
조깅 새글 댓글+ 2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28
40975
딸기꽃 새글 댓글+ 1
토끼인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4-28
40974
환상의 아침 새글 댓글+ 1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4-28
40973
내 입술의 말 새글 댓글+ 2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4-28
40972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04-28
409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4-27
40970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04-27
40969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4-27
40968 토끼인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4-27
40967
고장 난 지퍼 댓글+ 10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4-27
40966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4-27
40965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04-27
40964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4-27
40963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4-27
40962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4-27
40961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04-26
40960 정동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4-26
40959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4-26
40958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 04-26
40957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 04-26
40956 나비처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4-26
40955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4-26
40954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4-26
40953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4-26
40952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4-25
40951 고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 04-25
40950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4-25
40949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 04-25
40948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4-25
40947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4-25
40946 나비처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4-25
40945 덤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4-25
40944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25
40943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4-25
40942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4-25
40941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4-24
40940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4-24
40939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4-24
40938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4-24
40937 손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4-24
40936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4-24
40935
궁금증 댓글+ 2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4-24
40934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4-24
40933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24
4093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4-24
40931 이정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4-24
40930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4-23
40929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4-23
40928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4-23
40927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4-23
40926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 04-23
40925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4-23
40924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 04-23
40923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4-23
40922 덤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4-23
40921
이 멋진 밤에 댓글+ 1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4-23
40920
햄버거 댓글+ 2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4-23
40919
은하 댓글+ 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4-22
40918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4-22
40917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22
40916 신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4-22
40915 정동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4-22
40914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4-22
40913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4-2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