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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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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205회 작성일 20-08-15 00:08

본문




비췻빛 숨소리, 창을 여는 소리, 숨 쉴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후박나무 잎 소리, 빛 바래가는 낙엽들을 땅으로부터 모아다가 가지 위에 다시 붙이시는 어머니 기침 소리, 바다 소리, 멀리 청록빛 익사체로 떠다니는 내 누이 벗은 몸 벅차오르는 소리, 창을 열기도 전에 들려오는 밤하늘 공전하는 거대한 소리, 조개 껍질 안에 진주가 만들어지는 탄생의 소리, 진주가 단단해지는 소리, 공허해지는 소리,


내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 자궁 안 손톱만한 태아였을 때

나는 소리의 바다를 떠다녔다. 


나는 이가 돋지 않았으나

존재하는 모든 소리들의 빛깔과 의미와 탄생 및 소멸 

사랑의 의미를 묻고 다녔다.


그때 나는 詩보다도 오히려 작았고

詩가 만들어내는 형형색색 스테인드글라스 중 유리조각 하나로 

내가 들어가기도 했다.   


말간 물 속

음영 하나 없는 발그레한 

밤이었다. 

곱게 은하수처럼 뛰는 피가 

투명한 날 통과하여 지나가기도 했다. 


소리 하나에 눈뜰 때마다 

그 새로운 빛깔에 내 몸 세포들이 먹혀갈 때마다 

수정 기둥이 내 몸 안에서 자라났다. 


소리의 문을 닫으면 언덕 하나와 봉분 하나

어머니 호흡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투명한 수정 안을 유영하는 

은어의 비늘 한장처럼 

나는 심연까지 외로웠다. 


수정 기둥이 거대해짐에 따라 

나는 내 탯줄로 돌아오지 않는 일이 잦아졌다.


나는 어머니께서 나 대신

수정 덩어리를 낳으실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소리도

징조도 없이

수정이 깨진 것은

얼마 뒤의 일이다.


나는 혼자 웅크려 

수정 깨지는 소리가 밤하늘 별처럼 

내 안에 들어와 박혀,


어떤 것은 폐가 되고

어떤 것은 심장이 되고 

비늘 한 장이 개화(開花)하여

내 손금과 발톱이 되기도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댓글을 썼는데 깜빡 졸다가 날려버렸네요.
소리에 대한 특별한 감성이군요, 가시의 세계에서 미시의 세계를
넘나들며 풀아내는, 몸안에서 조차 자라는 소리를 통해 세상과
화자를 연결짓고 이해하려는 사유가 특별하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제나 날카로우십니다. 놀랄 때가 많습니다.

통찰력이 탁월하시니 분명 훌륭하고 새로운 시를 쓰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제 시가 석류꽃님 평만 못한 것 같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의 편견일지는 모르겠으나 수많은 소리의 울림들은 온데간데없고 불 꺼진 방안에 붉디붉은 자운영 꽃향기만 무수히 피어오릅니다. 중심에는 언제나 어머니의 숨결이 스며있음을 느낍니다.  즐겁고 평온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의 해석에 편견이 있을 수 있을까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날건달님의 평은 날건달님이 어떤 분이신지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날건달님 훌륭한 시 잘 읽고 있습니다. 건필하십시오.

좋은 주말 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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