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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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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84회 작성일 20-10-23 00:57

본문




내리는 눈송이는 소리 없이 내리는 

가없는 하늘이여. 작은 철제 난간에 삐그덕거리는 

얼음꽃 마른 가지 네 표정에 성에가 달라붙어있다.

네 표정은 땅 위에 내리려다가 

무게 없이 바람에 밀려 

다시 허공 속으로 떠오른다. 


바다가 보인다.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가 오지 않는 플랫폼에서,

네 뺨에 피오르는 빨간 동백꽃송이

훔쳐보았다. 동백꽃들은

어디에서 목들이 잘렸을까. 떠나가는 은금빛 파도 

산호가지 엮은 담장 

날아가는 새의 날개는 청록빛이다. 저 시어같은 깃털의

흐느낌을 네 뺨 위에 주저앉혔으면.  

그리고 내 침묵 위에 또박또박 

파도소리를 적어가노라면,   

잿빛 하늘도 점점 더 멀어지고. 

철로는 멀리까지 뻗어 작은 산등성이 

너머 사라져버리고.


간이역 한 켠 사과나무 한 주, 

그 뒤에 흰 눈이 

달라붙어가는 투명한 유리창 하나,

너는 

유리질의 쨍강쨍강 서로 부딪치는 

거울조각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유리창의 드러난 뼈를 

휘파람소리로 바꾸는 입김의 능선들. 


바닥에 떨어지는 정적이 있었다.

기차가 오지 않아도 

겨울 간이역은 수많은 눈송이들이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다. 

심연 한가운데 

심해어들처럼 무겁게.

심해어들처럼 황홀하게.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0-27 13:59:4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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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여름 우물가에 시원한 물줄기 끌어 올리는 펌프의 마중물처럼 다가오는 겨울 간이역의 황홀한 풍경이 절 몽롱하게 만드는군요. 지금 이 순간 마치 제가 바다가 보이는 겨울 간이역, 거기에 서 있는 듯합니다. 우리네 삶처럼 잠시 머물다 결국 떠날 수 밖에 없기에 우리에게 기억되는 간이역은 그토록 아련한가 봅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초겨울이다 보니 겨울 감각이 피부에 와닿는 것 같네요.
간이역을 좋아해서
유튜브에서 간이역 탐방 비디오를 보곤 합니다.
요즘 유튜버 중에서는 간이역 폐역만 탐방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아직 늦가을이니 좀 시를 빨리 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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