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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한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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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4회 작성일 20-09-09 09:59

본문

홀연한 출항

 

뿌리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늘 배가 정박해 있었습니다 출항은 

흥정 대상일 수 없었습니다 바람과 

돛의 궁합을 묻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뿌리가 멈춘 자리에는 항구 같은 

시장이 길을 열었습니다 한쪽 

가슴과 맞바꾼 등대 같은 노점에는 

젖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물때에도 

한 번도 놓친 적 없던 썰물의 시간에 

금이 가는 소리를 등대도 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뿌리가 피워 올린 우주를 이고도
깨진 시간들을 맞추며, 빠르게

회전하는 시간 사이를 건너던 그림자를 

마른 파도가 삼켜버렸습니다


홋줄을 끊듯 멍으로 가득한 오른쪽 가슴을 

도려내던 날, 출항에 대한 의무를 지우지 못하던 

시간들이 돛을 올리고 바람과 

흥정을 시작합니다 


뿌리를 떠난 등대가

바람을 안고 저만치 앞서 길을

나섭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9-10 11:43:0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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