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꽃의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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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꽃의 임종
석촌 정금용
향기 짙어
뜨겁게 바라보았던 꽃이었는데
아무도 모르게 지고 말았다
오고 가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시각
더위를 형벌로 짊어진 비탈에서
그 꽃의 남은 향기를
폐업하는 의사의
처방전에 쓰인 알약처럼 삼켜버렸다
명의들은 왜 진료를 서둘러 그만둘까요
그만큼 질병이 사라진 걸까요
아니면 세상에 의사는 많아
한 명쯤 줄어도 괜찮아 그런 걸까요
지친 당나귀 걸음으로
구름처럼 모여 우는 숲속을 걸어갔습니다
모서리가 까맣게 타버려
볼품없어진 초록색 나무 아래에서 본
바람도 불지 않는
폭염에 찌든 하늘 끝이
왜 저렇게
붉게 핀 배롱꽃처럼 울고 있을까요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어느 분의 스스로에게 너그럽지 않으려는
몸가짐에 삼가 경의를 표합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제가 멸치 쌈밥집에서 밥상에 반찬을 차려주며 그 비보를 들었습니다.
"작은 돈이나 큰 돈이나 받아 쳐먹었으니까 뒤지지, 노무혀니도
그래 안죽었나"
저는 그 말이 사실인가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했죠.
"그 분, 좋은 학교 나와서 얼마든지 영화 누리며 살 수 있었는데
우리 같은 약자들 편에 사시느라 그렇게 가난하고 힘겹게
사신 겁니다. 우리는 그 분에게 진 빚이 많은 사람들 입니다."
사실 손님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해고 사유가 됩니다.
나는 아무것도 빚진 것이 없다고 말하는 갑각류랑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말 통하는 친구불러 막걸리나 마셨지요. 친구는 울고,
저는 술을 끊겠다 결심 했는데 끊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인가보다하며
욕이나 하며 마셨습니다. 그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정치 후원금 단 돈
만원이라도 넣어드릴 것을 했습니다. 저 같은 무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그를 죽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에 취해서 사차원 세계로 가는 이상한 나라의 폴 일당처럼 허느적
거리느라, 미처 그의 그늘을 읽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가 얼마 얼마, 그랬어요.
고백하면서 다른 놈들은 천문학적으로 해쳐먹는데하며
억울해 하시지도 않고, 담담하게
자신이 지은 죽을 죄를 목숨으로 씻으셨네요.
그가 싸운 삼성가 재벌이 아니라면
우리는 모두 국화 꽃 한 송이 들고 그에게로 가야할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웃고 떠들고,
고기 먹고, 애인 만나고 하는 살품경을 보다
비슷한 뜻을 만나니,
상갓집 문 앞에서 마주친듯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공시인님 육자배기 외침이
선운사 옆 흐르는 도솔천 물빛처럼 파고듭니다
부디 무지막지한 폭염에
비감 추스리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석촌
서피랑님의 댓글
구름처럼 모여 우는 숲속,,,,,
문장이 슬프도록 아름답습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줄지어 울러 온 구름같이 고인 울보들
비통 속에서도 꽃은 피는지
때이른 국화덤이에 하얀 모란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석촌
추영탑님의 댓글
그만 일로 세상을 뜬 다는 건 그래도 양심이 맑은 사람도
있다는 증거입니다.
거기 비하면 죽어야 할 사람들, 운동장에 뿌려놓은 들깨씨지요.
정치인들 얼굴 들고 다닐 사람 몇이나 되겠습니까?
들어갈땐 " 한 푼도...." 했다가, 나올때는 "죄송합니다!"
칼든 의사는 무섭지 않으나, 사망선고 내리는 의사는 무섭습니다.
석촌 시인님! 요즘 술을 안 마시는데
오늘은 냉막걸리 한 잔 생각납니다. *^^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폭염에 치여 피시마저 멀리하는 판에
붉은 배롱꽃이 일찍 핀 까닭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프레임에 담긴 백 모란꽃이 대답 대신 미소로 답을 주대요
고맙습니다
석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