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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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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78회 작성일 22-06-28 22:18

본문

참숯 


나는 다 타버렸는지도 모른다

내가 참나무였는지, 참으로 나무였는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부는 것은 유혹이라기 보다는 기회였다

내가 얼마만큼 흔들릴수 있는지,

내가 끝내 중심에 설 수 있는지,

내가 나를 떠날수 없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어떤 시험일지라도 기회였는지 모른다.

어떤 기회보다 나를 똑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만큼

요긴한 기회도 없으니까,


이젠 봄이 불러내는 새순도 꽃도 나비도

심지어는 어린 새의 휴식도, 그 무엇도

나를 간지럽힐 수 없고, 나는 감각을 벗어 던졌다.

어떤 발톱도 나를 할퀼수 없고

어떤 부리도 나를 쪼아댈수 없고,

어떤 벌레도 나를 파고 들수 없다.

이제 나는 봄이 없어도 꽃을 피운다.

가지가 꺽히도록,

잎새 하나 하나를 넘치는

향기를 버린 꽃을,


그리고는

전부가 타버리도록,

잎새 하나 하나를 집어삼키는

불씨가 사방으로 튀는

미친 꽃을 피우느라 나를 쓰러뜨렸다.


내가 참나무였는지, 참으로 나무였는지

지금은 알겠다.

왜 다 타버린 성대에서는 맑게 쉰 소리가 날까?

말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목소리에서는

웃음소리가 날까?


내가 단 한 촉도 밝힐 수 없는 단단한 어둠이 되고서야

영원히 간직될 불빛을 품게 되는 것일까?

 

참숯이 탄다.

삼겹살이 익는다

막걸리 잔이 차오른다

사람들이 웃는다.

그러고도 불이 남아

밑불을 덴다. 

코브라가 흔들린다

기름이 뚝뚝 떨어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7-01 11:30:3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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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숯이란 제목의 시를 종종 봤지만 시인님 시가 넘 좋네요.
눈을 뗄 수 없이 시 속으로 파고들게 되네요.
숯을 얼마나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 근사한 시를 만들 수 있나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싣딤나무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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