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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76회 작성일 17-10-24 19:33

본문

사람에게는 3~4 그램, 
그러니까 작은 못 하나 크기의 철분이 필요 합니다.
내 피의 가난을 설명하는 의사의 목소리에서
손으로 오래 만지작거린 금속의 온기를 느끼며
못 하나가 없어 벽에 비스듬히 세워둔 액자 생각을 했다
액자 속의 새가 쓸쓸해 보인 것은 액자 속의 새 때문이 아니라
붙일데 없는 액자의 등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친절하게도 사람들이 가슴에 쳐준 대못과 등에 꽂아 준 비수를 녹일 용광로를 만드느라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몇 달, 몇 해를 속을 태우고 애를 태우고서야 간신히 용점에 도달하던 밤, 녹은 철이 혈관 속으로 흘러들어 따뜻해진
손끝으로 액자 속의 새장을 열었다. 가끔 피가 머리로 쏠리는 날이면 칼날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두근두근
뛰고나면 너덜너덜 난자된 심장을 떨어진 밥알처럼 쓸어 담기도 하고, 갑자기 피가 거꾸로 흐르기라도 하면 기요틴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꿈을 깨고는 습관처럼 목걸이를 만지작 거리기도 했다. 그런 날에는, 앉았다 일어서면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도는 새소리가 들리고, 한낮에도 깜깜해진 하늘에 별이 뜨서 까마득하게 내가 저물곤 하던
피의 가난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용수철처럼 덜렁대던 내가 철이 들었다며 잇몸까지 보이는 큰 웃음을 대접 속에 
담궈놓고, 피비린내 없는 세상에서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는데,

이제사 나는 빈혈이 다 나았는지
긴 철근처럼 등뼈가 휘고,
무거워진 머리가 자꾸 바닥을 향하고,
뒷 목덜미와 어깨가 굳어간다.

간밤에 토한 대못을 벽에 치고 액자를 거는데
새를 토한 빈 새장이 철든 벽을 가두고 있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1-03 09:28:26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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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베르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베르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소소한 일상의 어느 한 스크래치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러나
참 대단한 필력으로 풀어 주셨네요. 잘 감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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