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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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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4회 작성일 17-10-25 11:40

본문

상강 무렵 / 정건우




이십칠 년 전에 열일곱 평 아파트를 사고

십오 년 살다가, 세놓고, 평수 키워 시내로 나갔습니다

달포 전, 아홉 번째 세입자가 집을 떠나

다시 세놓을 참에 청소나 할까 해서

탑탑한 오층 계단을 오르다가 무릎을 허물었습니다

어그러진 현관 흔들어 당길 때 늑막이 욱신거렸습니다

오래된 종이 냄새나는 드센 바람이

성긴 머리칼을 세우고, 찬찬히, 빠져나갔습니다

작년에 접질린 발목, 올해 또 분지르듯이

집 안쪽 귀퉁이가 나처럼 그새 더 많이 상했습니다

아내는, 사람이 참해서 깨끗하게 살았다 하는데

여닫는 물건마다 아귀가 빼꼼합니다

세 든 사람이 부처라 문짝이 속 터져 몸을 비틀었나?

살았다는 말이 슬프다느니 어쩌니 하며 무심하게

신발장에 코를 디미는 순간, 선반 틈새에 낀

작은 종잇조각을 끄집어냈습니다

왕旺이라고 쓰인, 아아, 아버지 필쳅니다

단번에 내려온 천정이 양어깨를 우악하게 짚습니다

취한 얼굴 처음 내시던 집들이 땝니다

틈새를 챙겨, 사람도 집도 거기부터 상해,

오금까지 부은 다릴 베개에 얹고, 모로 누워서

벽에 대고 그러시더니, 어떤 술법으로 내 구두 밑창에

편자를 한 개 박아 두셨다는 말씀인지요?

창문 몇 개 두드려 닫고, 조금 전에 가신 양반

배웅하러 나왔는데 날이 저물었습니다

지금 내 나이로 오셨던 그날도 그랬습니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1-03 09:32:11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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