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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개 같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345회 작성일 17-07-14 23:02

본문

달은 개 같다

풀 중에 소가 먹지 못하는 풀을 잡초라 했다는데

멀쩡하던 열매나 꽃들이 이름 앞에 개를 달면

춧담 밑에 엎드린 개처럼 급이 뚝 떨어진다

개다래, 개여뀌, 개살구, 개 복숭아처럼

동네도 달이 붙으면

그 동네 땅값은 바닥이고

셋집에 달이 붙고

돈에 달이 붙고

방에 달이 붙고

솔기 터진 지질이 궁상의 접두사

달은 개 같다

 

빨간 다우다 천으로 묶은 대나무가

유난히 많은 동네에서

담뱃불로 지진 흉터를 햇빛으로 가린 낮달은

학교를 땡땡이 친 아이들의 오야붕이다

달에 세들어 사는 것도 아닌데

달달이 달세를 내는 사람들에게

돌아서면 또 돌아와서 손을 내미는 달은

없는 사람들 삥을 뜯는 양아치다

새마을 운동처럼 번지는 불길에 타는

달의 집들은 어김 없이 초가 인데

귀밝기에 취한 사람들이 불을 싸지르는

달의 집에 사는 달은 厄이다

개처럼 세상 밑바닥에 엎드려

엎지르진 물을 핥는 달,

노랗게 뜬 꽃잎에 물광분을 두드리고

달맞이 꽃이 맞으러 나가는 달은

어깨의 먹구름 문신을 씰룩이는 건달이다

세상 좋아 졌다는데

달이 갈수록 달을 앞세운 어둠은 깊어지고

끝과 끝이 맞물려 해와 달은 뜨고 지는데

날을 벼른 어둠의 연장이 되어 달은,

밤마다 하나씩 발견되는 현장 증거물이다

 

그래! 정말 달은 개다

목줄에 매인 개의 동선처럼

지구에 묶인 달의 천도(天道) 곁에는

개밥그릇처럼 개밥바라기 별이 있고

가난한 동네, 집 없는 사람들과

빚 많은 사람들의 밤을 끌고 앞장서는

달은 맹인 안내견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7-17 07:08:24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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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공덕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글고, 몸이 바빠 아침이 없는 사람들이 진득하니 앉아서 읽을 시간도 없는 조간 신문 같은 시 보다는
뭐라도 해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백수가 되어 길을 헤매다가 거리에서 공짜로 빼 볼 수 있는 정보 신문 같은
시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차 향기 우러 날 시간 없는 사람들이 한 발이 천근인 퇴근길 달빛에라도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시를 읽어 주시는 분이 계시군요.  마감 칠 시간에 어제 쉬었다고 미안해서 동료가 한 턱 내는 박카스처럼
힘이 나는 댓글 입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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