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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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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99회 작성일 16-11-03 09:46

본문

따뜻한 맛

 

이영균

 

 

그 겨울 얼었던 손 바라보던 아버지 시선엔

깊은 굶주림이 서리곤 했다

생사를 송두리째 뒤흔들어놓던 전쟁 후의 추위에

꽁꽁 얼어붙던 피난살이로

 

판잣집 쓸어안던 바람결 허기 자극하던 국밥 냄새

주머니 속에서 만져지는 동전

그건, 아이들과 아내의 굶주린 얼굴이었다

훈훈히 퍼지는 국밥 냄새에 언 몸 맞대며

건져 올린 맛난 돼지비계 한 점에 명줄 잇기 위해

언 몸 녹이고 헛배 불려 잠 청하던 1950년대 포항 부둣가

 

살도 없이 비계뿐인데 이빨 사이 새벽 어둑살이 끼던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돼지비계에는

바닷가인 탓에 비늘이 돋아 헐벗은 피난민들의 옷도 되고

날렵하게 일터를 종횡무진 누비게 하는 힘도 되고

비탈의 판잣집에서나마 바람맞아 살게 했기에

아버지는 그때 그 맛 잊지 못 해하셨다

 

지금은 모두의 향수가 된 포항 돼지국밥

청바지의 청춘들도 전국에서 몰려와 먹고들 가는

그 맛이 싼 티 없이 일품이어서

먹어 보면 웃음이 전국에 만면(滿面)한다

하여, 요즘 전국이 다 들썩거리도록 소문이 파다하니

골목마다 시끌벅적한 포항 돼지국밥이다

 

깍두기에 부추무침 배추김치와 고추에 양파

다진 청양고추와 새우 젓갈 다되기 쌈장에 뽀얀 육수까지

어느새 한 그릇 뚝딱 오천만의 별미여서

그 맛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포항의 대표 입맛이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1-10 10:30:14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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