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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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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현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6회 작성일 16-08-12 11:35

본문

거미의 영역   /강현진

 

 

산길을 오르다 너무 흔해서 이름표도 붙여 놓지 않는

상수리 나무, 누가 당겼는지 단이 뜯어진 잎사귀 밑으로

긴 실오라기 하나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투명하고 반짝이는, 그리고 질긴

 

저 실로 급히 저공에 감침질 해버린 호랑나비는

끝끝내 그 위풍당당한 호랑 무늬를 되찾지 못했다

 

말쑥한 정장을 차려 입고 호텔 회전문을 향해 돌아 서는데

빵빵, 그가 내린 셔트문을 두드리듯 나를 불렀다

그냥 타! 라면 타버리자, 백미러처럼 반짝 웃으며 돌아 보는데

이제껏 떠나 왔던 길이 겨우 다섯 발자국인듯 돌아 가는데

일부러 한 칫수 작게 고른 스커트 엉덩이에서

징그러운 벌레처럼 길게도 반짝이는 실오라기 한 가닥,

실가닥을 더듬어 잡던 그의 손이 거미줄 한 복판에서

밤을 세워 짠 세계가 울지 않도록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거미는 늘 자신이 직조한 세계에 낙관을 찍거나 사인을 했다

20평 짜리 아파트의 천정과 벽 세 면의 모서리가

신혼처럼 부딪히는 단꿈의 언저리에도  갈겨쓴 사인이 있었다

남편이 실직을 하고, 아이들과 식구들의 입에도

그가 하얗게 사인을 하고 저작권을 주장 할 것 같아

거미처럼 마르도록 뛰어다니며 배신의 덫을 철거했다

 

아무도 나무에 붙은 실오라기를 떼어주지 않는다

거미가 직조한 세계 밖으로 나무가 걸어 나가지 않고

그 곁에 증거처럼 거미의 투명한 베틀이 놓여져 있었고

거미 또한 아직은 유효 하다며

나무의 아킬레스건을 슬쩍 거드려 볼 아직이 다 직조 되어

나무 또한 시간 전부가 너덜너덜 해져

백 개 천 개의 실오라기를 일부러 뜯은 청바지 실밥처럼

즐기며 살아야 했겠지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8-17 14:59:42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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