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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966회 작성일 16-05-26 19:29

본문

 

 

 

나의 귀는 외계에서 자라난 흔적기관이에요 라고 적으면 종이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맙니다

 

오늘의 운수는 베토벤의 침묵처럼 부서지고 맙니다 오선지에 베토벤이라고 적으면 운명이라고 읽히는 시간입니다 사라진 귀들이 목소리를 움켜쥐려 합니다 귀의 고요는 잉크를 머금은 펜촉을 닮았습니다 들을 수 없는 통증에 검은 눈물을 흘리니까요 시계의 초침소리가 한없이 과거를 앗아가는 중입니다 들리지 않네요 오 엘리제 너의 귀를 빼앗고 싶구나 라고 말하면 이기적인 욕망인 걸까요 아니네요 있어도 듣지 못하는 귀는 차라리 베토벤이 쓰는 게 나을 겁니다

 

귀가 있었던 자리가 모호해집니다

소리에 대한 기억이 불분명해요

손가락이 건반을 때리는 소리, 페달을 밟는 소리, 마음으로 연주되던 멜로디까지도 잊어버립니다

 

한 번도 진심으로 피아노를 품어본 적이 없었다는 착각입니다 진심이었다면 잊어버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아니

착각일까요

착각이라는 말의 환상에 사로잡힌 걸까요?

 

나의 귀는 외계에서 자라난……, 외계에서……, 외계……, 라고 적으면 혼돈에 잠겨 웅크리는 나날입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6-01 10:25:3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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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코스모스갤럭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가 가진 의미를 예술적 감각과 화법으로 승화 해 내셨네요.
사물에게 말을 거는 거는 시에게 주문을 거는 일과도 흡사합니다.
계속 본질을 위해 말을 걸면 사물은 제 의미를 다양한 방법으로 말해줍니다.
계속 정진을 기원합니다. 이기혁 시인님
금상 수상을 축하드리며 날마다 향필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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