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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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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2회 작성일 22-03-21 15:11

본문

협곡에서



이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글로 남기기가

무서웠습니다. 넓게 날개 펼치고 허공 중으로 날아오르다가 

천정(天頂) 불구덩이 한복판에서 날개뼈들 하나 하나

꺾여지던 링겔줄을 따라서 섬찟한 언어들이 내 혈관 속으로 어머니 자궁에서 자라던 

뜨거운 암세포들처럼 협곡 따라 이어진 암벽들 위에 물결무늬 가만 손을 대 보니 

단단한 그것이 들썩들썩 숨을 쉬고 있지 뭡니까? 강철로 만든 잎조각에 

정액이 묻어 있었습니다. 

내가 좁은 바위 틈으로 계속 기어들어가니

암벽은 점점 더 높아만 가고 틈은 점점 더 좁아져만 가고

마침내 암벽의 틈은 누가 짜맞춘 듯 내 몸의 크기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콧속으로 대리석의 시취가 스며들어왔습니다. 나는 저 바위들이 

나 대신 내 삶을 살아가고 있었구나 깨달았습니다. 청록빛 하늘이 저 새하얀 

살갗에 요란하게 부딪치는 것이 얼마나 

서러웠을까 그리고 내 관자놀이에 정을 박는 조용한 소리 -  

나는 바위 틈에 거꾸로 처박혀

메마른 갈대잎들의 묶음이 되어갔다던

그 사나이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제 몸을 덮는 흰 날개깃털과 망막을 덮는 비늘들과 가슴을 헤집는 미나리 꽃잎

들을 난자하고 싶었을까 

차가운 석벽은 

끝내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3-26 12:07:1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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