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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에를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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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294회 작성일 16-04-21 23:19

본문

멍에를 벗다

 

묵전*을 갈다

멍에를 벗고 늙은 소가

그늘 밑에 누워 있다

늦은 점심이 조금 모자랐던지

풀어 헤친 가슴위로 우물우물

되새김도 늙고 힘이 없다

훌렁 비어버린 가슴 사이로

바닥이 발갛게 달아 오르고

푸푸 가슴을 달구는 풀무 소리에 놀라

날 것들이 주위를 맴돌고 있다

더딘 걸음으로 겨우 멍에를 벗은 몸

맨발로 어디를 그리 바삐 건너셨는지

하얗게 씻긴 발목이

그믐처럼 가늘고 서늘하다

 

소는 버릴 게 없는 생을 산다는데

어느 순간을 열어보아도

버릴 거 하나 없이

말갛게 씻긴 몸이라는데

맑고 정한 몸으로 그렇게

우리를 이고 지고 다니시더니 평생

건너지 못한 묵전 주위를 맨발로 맴돌다

천형(天刑) 같이 무거웠던 그 멍에를

묏등 위에 훌렁 벗어 놓고

그믐처럼 가늘고 하얀 발목으로

저렇게도 서늘하게 그늘 밑에 누워 있다.


* 묵전 : 오래 묵혀 놓은 밭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29 10:31:34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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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뭉클합니다.
그나마 멍에를 벗고 잠시 그늘에서 쉬는 모습에서,
혹 이것이 시창작에 있어서 독자의 '여유,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소의 입장에서는 섭섭하겠지요.
비단 소 뿐만 아니겠지요.
편한 하루 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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