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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大蝦)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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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53회 작성일 15-09-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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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大蝦)에 대하여

새우는 시인이다
매일 똑같은 삶이 빙빙 도는 수조에서
합죽선 꼬리를 척 펼쳐 들고
상상의 물살을 휘젓는 풍류시인

시인은 새우이다
등을 구부리고, 불 꺼진 방에서
반딧불 같은 빛으로 쓰는 자신의 대하드라마
무리를 지어 외로움을 달래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더 큰 적막
쓰는 것은 말하는 것과 같아서 중단할 수도 없다
긴 촉수로 어두운 문장을 더듬으며
밤을 새우는 시인

수많은 무릎에 얼굴을 묻고
굽은 생의 껍질을 벗기는 시인
뜻대로 안 되는 껍질을 잘근잘근 되씹어보는
번뇌의 새우 한 마리
삶은 결핍이어라, 오로지 시상으로 채우리라
'이거슨 시'라고 빡빡 쌔우는 이 삶은 얼마나 애틋한가

새우는 시인이다
그의 주옥같은 단어들은 매일매일 살아서
수조 밖으로 걸어나간다
자신이 만든 물살이 파도로 이는 것을 보며
아수라장 소금 침대에 몸을 누이는
그는 천생 시인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19 11:57:17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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