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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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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763회 작성일 15-08-21 22:07

본문

오래전 나의 왼팔이 뜯겨나갔다

우물마당 감나무 짙은 그늘아래서

외할미 얘기 듣던 발가 쟁이 내 동생

너의 속삭임이 이젠 들리지 않는다.


아마 그때부터 인것같다. 너는,

가투(街鬪)나선 친구들 걱정에

포장마차 좌판 위로 솟아오르는

카바이트 불꽃과 대작을 하면서

지쳐 엎어질 때까지 술을 마시고

또 마시던 어느 해 추운 겨울날

넌 술에게 네 육신을 넘겨주었지

그날 너는

춘추복 검은 양복을 차려입고

술에 취하여 쓰러진 채

손엔 소주병을 움켜쥐고 있었지

그 속엔 고향의 개울이 흐르고

들꽃향기 실은 산들바람이 불고

낯익은 얼굴들이 손짓을 하는데

너는 이 모든 것을 외면한 채

심장이 차갑게 식어가는 데도

사력을 다해 꽉 움켜진 소주병

그 위 새벽 찬 서리 수북 쌓였지 

 

그해 겨울이 지나가고

산천에는 꽃들이 만발했었지

혹한 겨울 지난 후에야 꽃이 피는 것을

동토를 뚫고, 거친 껍질 찢고 꽃이 피는 것을

거친 풍파  견디기엔 인내만한 것도 없는 것을,



하얀 국화송이 네게 건네던 날

넌, 무심한 강처럼 세상과 벗하기 싫어해서

너의 무덤조차 내게 전할 말이 없다 말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24 10:39:24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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