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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58회 작성일 15-08-0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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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봇짐 / 유윤호


저녁맞이 열풍이 불어닥칠 먹자골목길로
한 줄기 소낙비라도 내렸으면

햇빛에 날카롭게 잘려나간 고기구이 가게 그늘 밑에 쭈구려 앉은 할머니 곁으로 두어 개 종이박스와 주먹밥같이 뭉쳐진 신문지 서너 덩이가 푸닥거리 예방처럼 내던져 있다

꿈틀거리는 차 소음마저 햇볕에 녹아 내려
한 가닥 바람만이라도 불었으면

주름에 패인 마른 얼굴을 먼 기억에 파묻고
갇힌 오후 속에 귀 기울여
종이박스 위에 한 덩이 신문지를 얹어 놓아 뼈마디만 남은 손칼로 껍질을 펼친다

허연 소금이 흘러내린 얼굴에 굳게 오므린 입은 질긴 불안을 되새김질한다
하늘에 눈길 한 번 주곤
신문지 구석구석에 어지럽게 박힌 검은 잔 가시도 발라낸다

시간은 굽은 허리만큼 움츠러들어
도둑같이 천둥 치며 소낙비가 몰려온다

한 봇짐은 되야
뼈대만 남은 녹슨 유모차에 싣고 가실 할머니
오래도록 숙인 고개를 들고
휑한 두 눈을 껌벅거리며 하늘을 올려다 보곤 오그라진 입으로 저녁을 씹고 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08 10:51:05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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