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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17회 작성일 21-01-17 13:40

본문

귀로*





온통 흑백이었던 시절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


세상은 칼라의 시대.

그러나 그림은 검정과 흰, 누런,

내 어머니 봇짐 이고 동생 업고 나를 손에 끌고

마산역 철길 아지랑이에 섞여 가던 늦은 오후의 길

떠오릅니다.


떠오르는 헬리콥터처럼 웅웅거리던 어렸던 나는,

엄마 엄마 철길 위에서 나가자

엄마 엄마 무서워

어머니 손을 벙어리장갑처럼 꼬옥 끼고 있었습니다.


그림은 아이가 앞서고 어머닌 뒤에서

늑골 같은 나무를 배경으로 시절을 걷고 있었더랬습니다만,


철길 위에서

떨어지던

어머니 눈물,

눈물은 쇠붙이에 닿자마자 꽃씨 되어 흩어졌고요

기차는 가까이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림은 여전히 아무말이 없습니다.

다만 길을 그 앙상한 길을 짐짓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어린것이 얼마나 살고 싶으면......,

그래 아들아 나가자.


벗어나는 철길 위에서

벗어버렸던 생이 다시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쯤 해서,

그림도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고요.





박수근의 그림, 1964년작.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1-26 12:18:2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시절의 풍경은 흑백이 분명한가 봅니다.
이집 저집의 사연들이 아프지만, 한결같으니까요.
우리들의 아버지는 식구를 위해 힘든 노동에 품팔이도 하셨지만,
술주정에 노름에 사내의 의리를 내세우며 빚보증에 나라를 위해 한 목숨 마친다는 거대한 사명감에 등등, 하여간 우리들의 어머니를 참 힘들게도 하셨지요.
그 시절의 풍경이 눈앞에 선명히 떠오르네요.
특히 벙어리장갑처럼 어머니의 손을 꼭 끼고 있었다는 시구가 아련하게 다가오네요.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감한다는 건  언제나 짜릿한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수근 화가의 그림을 잔잔히 보노라면 그림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시든 그림이든 공감이 없다면 어디다 쓸까요.
공감의 말씀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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