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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타버린 방에 앉아 있었다 /중3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하늘나는고양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57회 작성일 25-05-06 05:50

본문

다 타버린 방에 앉아 있었다
 

불은 이미 꺼졌지만

연기는 아직 남아 있었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바람은 새것이었지만

그 방엔

그을린 냄새가 스며 있었다


무너진 건 가구만이 아니었다

책장 안의 단어들도

벽에 붙은 웃음도

서랍 속에 넣어뒀던 다짐도


전부

그을렸다


나는 그 방에 앉아 있었다

어디로도 가지 않은 채


손을 뻗으면

재가 되지 못한 것들이

아직 따뜻하게 남아 있었고


그 온기가

오히려 더 아팠다


불길 속에선

고통이 소리였지만

불길이 지난 뒤엔

고통이 침묵이었다


다 타버린 방에 앉아 있다는 건

잃었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그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불이 모든 걸 삼켰다 해도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자리를

아직 잊지 못했기 때문에

그 자리가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댓글목록

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어들을 참신하게 빚는 시인이십니다

ㅡ바람은 새것이었지안

무너진  건 가구만이 아니었다
책장안의 단어들도
벽에 붙은 웃음도
서랍속에 넣어뒀던 다짐도 ㅡ

멋진 시를 짓는 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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