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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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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하늘나는고양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81회 작성일 25-05-11 04:13

본문

매실

매실이 익는 속도를
아무도 재지 않았다

봄과 여름 사이
늘 그렇듯
그 나무는
제 자리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너무 일찍 따면
맛이 없고
너무 늦게 따면
벌레가 든다더라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햇빛을 오래 받은 쪽이
더 먼저 물러지고

그늘에 있던 열매는
가장 늦게까지
단단했다

기억도 그랬다

많이 웃던 얼굴보다
말없이 식탁에 앉아 있던 뒷모습이
더 오래 남았다

매실을 절일 때
소금보다
설탕을 먼저 넣으라고 했다

씁쓸한 건
처음부터 감추는 게 아니라
서서히 달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을까

시간이 지나면
쓴 건 아래 가라앉고
단 건 위로 떠오른다

그렇게 되기까지
몇 계절이 필요한지도
이젠 안다

나는 오늘
작년의 매실병을
조용히 열었다

그 속에 든 건
익은 것도,
썩은 것도 아닌
말하지 못한 시간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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