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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 식는 것들 /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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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하늘나는고양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54회 작성일 25-05-11 04:14

본문

조금 늦게 식는 것들

익숙한 자리에 앉아본다
사람이 떠난 후에도
조금 늦게 식는 것들이 있다

입을 다문 컵
다 쓰지 못한 연필
책갈피보다 멀리 접힌 종이 한 귀퉁이

바람은 지나가고
냄새도 사라졌지만
천의 구김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며
내가 기억하는 건
함께 있던 시간이 아니라
무릎 아래,
주름진 자세였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언가 오래 머물다 간 자리란 건
알 수 있지

그럼에도 가끔은
잊은 줄 알고
잊혀진 척하며
그 앞을 걷는다

정말 다 지나간 걸까

숨을 멈추면 들리는 것들
스치는 것들
말하지 않았던 것들

그것들이야말로
가장 오래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펴보지 않은 종이의 주름처럼
어느 구석에 오래 머무는 건,
중심이 아니라
모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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