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담다 /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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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반대 손엔 시원한 복숭아 아이스티,
한 잔의 여유에 취해
졸졸 흐르는 시냇물 따라
나무 그늘 아래를 걷습니다.
쌀랑이는 바람에 날아온 까치 한 마리
저 여린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듯
바스락, 마른 잎사귀들의 웃음
여리여리한 연두 초록들이
햇살 아래 줄지어 기지개를 켭니다.
눈꽃 피다 벚꽃
벚꽃 지나 목련
어느새 개나리, 철쭉, 사과나무 꽃, 아카시아 꽃
너도 나도 초면인 작은 분홍 꽃
그리고 이제 샛노란 민들레 한 쌍
흐르는 시냇물에 경건히 손을 씻고
오늘 나는 이 아름다운 봄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찰칵,
순결한 렌즈에 스며드는
하늘 아래 마음껏 흩뿌려놓은 물감
그리고 으레,
쌀랑, 하고 실바람이 불어오면
한 폭의 화려한 수채화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그림도 빛바래고
하늘에는 짙은 녹음이 드리울 테지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온 세상이 갈매빛으로 물들겠지만
아니요, 여전히 봄은 남아 있습니다.
추억의 갈피 사이에서 온전히 살아 숨 쉬는 채로 말이죠.
시냇물 두 손으로 뜨면 보이는 저 투명한 렌즈 속에
하늘이 있고 까치가 날고 그 아래로
벚꽃이 있고 목련이 있고 개나리가 있고 철쭉이 있고 사과나무 꽃이 있고 아카시아 꽃이 있고 어디선가 마주친 작은 분홍 꽃이 있고
샛노란 민들레 한 쌍
그리고 그 옆에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다른 손엔 시원한 복숭아 아이스티를 든 채
나무 그늘 아래서 눈을 감는데
반짝,
꽤 눈부신가 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한 폭의 봄을 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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