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허락하는 한 방황할 것 /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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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허락하는 한 방황할 것
나는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
하루를 시작한다
정해 두지 않으면
잃을 것도 없다는 걸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아직도 거기 있느냐고 묻지만
나는
왜 그렇게 빨리
떠나려 하느냐고
속으로 되묻는다
길은 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쪽으로
정리되어 있었고
그곳에서는
내가 너무 쉽게 이해되었다
그래서
이해되지 않는 쪽으로
한 발 늦게 걷는다
방황은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가 아니라
아직
굳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나는
틀린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미
맞는 길에서
많은 것을 잃어봤기 때문이다
지도에는 없는 방향에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이 있고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나를 회수한다
삶이 허락하는 한
나는 도착을 미룰 것이다
도착하는 순간
모든 질문이
역사가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넘어질 수도 있고
아무 이름도 얻지 못한 채
계절을 건널 수도 있겠지만
방황은
도망이 아니라
아직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유일한 증거다
삶이 허락하는 한
나는
정답보다 느린 속도로
나에게 닿을 것이다
댓글목록
권민지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선배님!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다가 글이 참 예뻐서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댓글 하나 남기려고 회원가입까지 했네요. 파우스트의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라는 구절도 생각나고, 부끄럽지만 제가 좀 업무 측면에서 효율을 중요시 하고 최단 거리를 먼저 재고 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정답보다 느린 속도로 나에게 닿을 거라는 말이 뭔가....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옥죄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댓글 확인 안 하실 수도 있고 싫어하실 수도 있지만.. 용기 내어 달아봅니다. 응원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