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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스며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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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우공9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6회 작성일 17-01-27 02:11

본문

차라리 스며들기로

윤 유경

 

 

언제쯤 소화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역류하는 너를 삼키고

토하고 싶지 않다

내뱉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한 번 두드린 문에 평생을 아팠다

오지말지, 오지말지, 오지를 말지. 하다가도

아니다 오기를 잘했다

 

까진 입천장의 아픔도 알고

나뭇가지에 찔린 쓰라린 아픔마저 알건 만

너와 함께한 아픔은 도저히 모르겠다

 

벌써 한 달이나 밀렸다

정확히 이 페이지에 별표를 해 두었는데

빨간 별표시가 칠해진 그 페이지만 넘기면 콧등이 베였다

수학문제 같은 당신, 끝없는 공식 같은 너를 완성된 답이라 믿었는데

풀었던 문제를 또 응용해야한다 부지런히. 밀린 숙제처럼

이 마지막 문제만 풀면 너의 이마를 짚어 볼 수라도 있을까

 

억지로 삼켜낸 종이조각들이 자꾸만 역류 한다

내게 건네준 꽃다발에선 음성소리가 줄었고

그저 잎 자락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메아리만 삼켰다

꽃잎이 베인 메아리는 잘도 향기로워 그 머릿결이 만지고 싶어졌다

 

지금 내리는 눈은 빗물이 되고 진흙이 됐다 모든 것은 그렇듯

오늘도 푼다 부지런히 응용하고 또 응용해서 계속 풀었다

점수가 매겨진 문제들

그 속에서 유일하게 동그라미 표시가 돼있는

달빛이 내려앉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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