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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영령님들께,묵념을 /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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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백과공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0회 작성일 25-08-0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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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영령님들께,묵념을


6월 6일,목요일


봄이 점점 옅어지는 어느날,

나무들이 사각사각 우는 때에,

나는 현충원 정문에 섰다

빨간 조끼입고,
나는 샌드위치 하나를
반으로 갈라먹고

길게 뻗은 영령들의 안식처를
구경하듯 둘러보았다.


쾅!하고 조총이 울리고

찬시가 읊어지고 또 애국가가 가슴을 마구 치며 튕길때도,

나는 봉사가 아닌 봉사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
죽음을 닦아낼 시간,

나는 물티슈 한장을 빼입고,
무덤 사이에서 몸을 문질렀다.

위,앞,뒤,오른쪽,왼쪽
묘비를 닦는다.
아래는 발로,
죽음을 쾅쾅 밟으며,

묘비위로 내 모습이 비춘다.
몸을 숨긴다.

그러다 무덤위에 국화를 심을때
갑자기,
죽음이 내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았다.
친구들 등 뒤에 업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무덤 속에선 일제히 오래된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묘비벽에 영상이 비췄다.

시커먼 화약연기,
총탄이 박히는 소리
손발이 떨어지는 소리
가족을 잃은 가족
우체통의 편지


전쟁안에서, 나는 작은 수류탄 한 알에 폭사했다.




그렇게

눈물을 묻혀 묘비를 닦고

나는 낄낄 거리는 앞묘비에 눈초릴 보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우린 일제가 뚫은 터널 아래서 사진을 찍고
햄버거를 베어물며,
서로를 베어물며
낄낄거리며 동동거리며 돌아왔다.

6월 7일, 금요일

얘들아 어제 현충일이었지?
어제는 학교 쉬었으니 오늘 묵념을 하도록 하자.

1분,
어두운 침묵,


자,
이제 눈을 뜨자.

낄낄거리는 소리,동동거리는 소리

현충일 학교 쉬어서 진도가 좀 밀렸네.

오늘 집중해서 따라와라~

하지만, 더 무서운 건,

내가 끊임없는 속도로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

빠르게 더 빠르게 더더 빠르게,

마치 묘비를 닦는 듯,
끊임없이 문지르고 있었다는것

무덤 위에 수많은 글씨를 쓰고,
있었다는것

글씨로서 무덤을 더럽히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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