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조) // 광장에서 - 민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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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구급차를 따라가며 또 하루가 저물고
시간이 멈춰버린 시계탑에 눈이 내린다
아마도 짓밟힌 꽃잎을 덮어주려나 보다.
하나 둘 모여드는 얼굴 없는 군중 사이
바람은 돌아와서 제 과거를 닦는지
찢겨진 현수막 앞에 공손히 엎드린다.
“광장을 닫으려면 자유도 함께 닫아라”
누구도 소리 질러 외치지 못했지만
허공을 떠돌고 있는 뜨거운 목소리들.
그 누가 침묵더러 가장 큰 소리라 했나
하나 되기 위하여 건네주는 촛불 속에
밟혀도 밟히지 않는 발자국이 보인다.
댓글목록
무의(無疑)님의 댓글
광장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종종 시위 현장이 된다. 우리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있었다느니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촛불 집회가 열렸다느니 하는 언론 보도를 수시로 접하고 있다. 시인은 일단 광장의 의미를 “구급차”와 “시간이 멈춰버린 시계탑”과 “짓밟힌 꽃잎”으로 짚어본다. 특히 제2연에서 “찢겨진 현수막”이라는 은유를 사용하여 시민 일부의 평화적인 시위를 공권력이 과격하게 진압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확실히 견지한다. “하나 되기 위하여 건네주는 촛불 속에/ 밟혀도 밟히지 않는 발자국이 보인다.”는 결구는 촛불 시위가 벌어지는 광장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전당임을 말해주기 위한 멋진 매조지다. 시민들이 왜 광장에 모여 촛불시위를 하는지, 당국은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저 교통체증을 유발한다거나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집회라고 경찰 병력을 보내 탄압을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시인이 시위의 순기능과 민중의 저항의지를 예찬하기 위해 이런 시조를 썼다고 여겨지는데, 시조가 그저 자연 관조의 음풍농월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가히 충격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승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