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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가 되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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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8회 작성일 17-10-29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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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뚝배기에 한 주먹의 밥을 뭉쳐 넣고, 달고나 누르는 둥근 철판 같은 것으로
뚝배기 안의 밥을 둥글고 납작하게 만들고, 그 밥 위에 한 주먹의 콩나물을 놓고,
그렇게 채운 뚝배기를 가스불 위에 놓고 데우고, 그렇게 나간 뚝배기가
다시 비어서 돌아오면 그것을 씻는다. 종일을 뚝배기와 함께 보내다보니 나도
점점 뚝배기가 되어 간다. 식당 사장 엄마의 억양은 갑자기 치는 천둥 같다.
시도 때도 없다. 그녀가 아무리 버럭버럭 목소리를 높여도 나는 좀체로 쉽게
끓지도 넘지도 않는다. 게다가 함께 일하는 간신배와도 한 뚝배기 안의 콩나물과
밥처럼 그냥 그냥 어울려 간다. 내가 바닥이 두꺼워지고 무거워져 가고
있는 것이다. 뚝배기를 씻을 때는 거품나는 세제를 쓰지 않는다. 뚝배기는
음식이 끓기 시작하면 뚝배기의 세포속에 머금었던 거품을 다 토하기 때문에
그안의 음식이 끓는 점에 이르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뚝배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 금속이 그러하듯 온도에 대해 칼 같이 맺고 끊고 하지 않는다
아침마다 콩나물 국밥을 먹을 때 중간 중간에 손님이 들어 여러가지 일을 해가면서
먹는데 거의 이삼십분이 지나도 국밥은 여전히 뜨겁다. 파르르 끓고 넘치던
양은 남비 같던 내가 뚝배기와 종일을 보내며 뚝배기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것 같다.
괜찮다. 아직 오십이다. 육십 넘은 주방 이모들이
"내가 니 나이만 되었어도"하고 사십대 보다 삼십대 보다 부러워하는 오십,
내 시는 뚝배기에 앉혀져 있을 뿐이다.
내가 되어야 할 사람도 모두 뚝배기에 앉혀져 있는 것이다.
진득하게 열이 스미고 끈기 있게 열을 품는, 그리하여 뜨거움에도 품격이 생겨
쉽게 입천장이 데이거나 따뜻함을 잃지 않는 그런 내용을 갖게 되는 것이다.

힘들어 하지 말자.
뚝배기를 스승으로 받들자.
3800원에도 땀을 팥죽 같이 흘리며 배를 채울 수 있는
착하고 뒷탈 없는 음식을 스승으로 받들자
비닐 장갑을 끼고 뚝배기에 담을 밥을 뭉치다보면
그 밥이 눈덩이 같아 서로 던지며 눈싸움을 하다
그 밥으로 눈사람도 만들어 보고 싶어지지 않던가?
먹이고 배불리고, 깨끗하고 양분 가득하고
세상에 밥만한 스승이 어디에 있던가?
공부를 한답시고 절을 가도 시봉 노릇부터 하지 않던가?
입 딱 다물고,
뚝배기 콩나물 밥 물 육수, 청양 고추, 눈물을 흘려가며
썰어야하는 파, 모두 모두 시봉해야 할 큰 스님들로 생각하자.
어느 난리통도 내 마음만 고요하면 절간이다.
말을 갖지 않은 것은 그들 전부가 태초의 말이기 때문이다.
말 자체가 존재였던,
사람이 말을 가지고 사는 것은 존재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하고자 하는 말이, 혹은 하는 말이 그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존재를 알아 듣는 것이 공부인 것이다.

자자. 내일도 공부를 해야 한다.
졸지 말아야한다.
손님 오지 않는 시간에 까는 멸치 똥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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