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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단 한 마리 뿐인 나의 보리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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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진흙피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8회 작성일 23-05-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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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늦잠을 잔 모양이다. 창밖에 보이는 마늘밭에 노인은 보이지 않고, 노인이 잠시 쉬던 의자만 

햇볕 없는 아침을 쬐고 있다. 내 마음도 저 의자 같기를 기도하는 아침이다. 의자는 식탁 아래에나 화장대 아래, 큰 회당에 모여 있지 않고, 들판 한가운데에 놓여져 있다. 접이식 의자지만 그 의자가 접혀서 벽에 기대어지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의자는 그기에 앉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여유로워 보인다. 지나가다 지친이가 있으면 누구라도 앉힐 것이다. 그냥 가만히 앉았다가게 내버려 둘 것이다. 앉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떠나기를 기다리지도 앉고, 나도 저렇게 무심히 놓여진 사물의 경지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저 숲속에도 참 많은 이야기들이 얽히고 설켜 있나보다. 새들은 액센트를 강하게 넣은 말들을 뾰족뾰족 누군가의 귓가에 박아 대고 있다. 대답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항변하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들도 함께 들린다. 


이틀을 쉬었더니 손가락들이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한 달 정도 무리한 칼질과 설겆이가 관절들을 화나게 한 모양이다. 아직도 퉁퉁 부어 있지만 오늘은 홀 서빙쪽으로 일이 잡혔으니 손가락들이 좀 쉴 수 있을 것이다. 죽으면 썩을 몸이라지만 살아서는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실은 빈그릇을 씻는 일이 식탐으로 가득차서 씰룩대는 사람들의 관자놀이와 두 볼을 보는 것보다는

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주일에는 손가락과 팔과 어깨의  관절들을 조금 달래어 놓아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배가 고파서 무엇인가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연민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늘 한 상자의 보리멸을 장만하는 기분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따도 따도 똑 같은 보리멸, 좀비처럼, 잡은 고기보다 더 많아져가던 보리멸,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이, 언제 바닥을 드러낼지 한숨이 푹 나오는 보리멸 같은 것이다. 똑 같이 생긴 대가리와 똑 같이 생긴 눈깔, 똑 같이 생긴 몸통, 똑 같이 생긴 꼬리, 지느러니, 똑 같이 생긴 뱃데기, 똑 같이 생긴 내장, 그기에 엉겨붙은 똥, 긁어내어도 시꺼멓게 막이 져 있는 속내들, 너덜너덜 한 것을 칼끝으로

싹싹 긁어내어도 진동하는 비린내...


어항 속에 내가 키우는 단 한 마리의 보리멸이라고 생각하자.

내 어항 속에서 단 하나의 몸짓을 하고, 하루 종일 지느러미를 너울대며 살아 있는 것이 나를

위한 무용이 되는, 행여 비늘이 하나 빠져도 어디가 아픈가, 어디가 불편한가 걱정이 되어

검색을 하게 만드는 이 세상 단 한마리 뿐인,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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