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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수 올려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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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4회 작성일 25-08-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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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수 올려 놓고 




조왕이 있는 부엌 중앙에 정화수 한잔 올려 놓고 두 손 모으며 가마솥 훔치던 어머니. 때 묻은 수건 언제 빨았는지 끝을 동여맨다. 철없는 솔가리는 화끈하게 타오르고 모진 부지깽이 무시로 타올라 어머니의 애간장을 녹인다. 눈물 질끈 흘리던 솥뚜껑을 옆으로 밀면 보리 반 옥수수 반 감자 반의 잡곡밥이 널브러져 있고 아이들 도시락 서너 개 싸면 삶이 덕지덕지 누른 누릉지 긁어 굶주린 배 물에 말아 배채우던 시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나도 그 구수한 누룽지 후르륵 한 그릇 하시고 앞 밭을 나서던 어머니. 시퍼런 홀시어머니 마루에 앉아 입에문 장죽 나무통 잿떨이에 탕탕 두드리면 콩밭 매든 울어머니 치맛자락 사답게 무릎을 조아렸네. 그런 청상의 쪽진 시어머니 날카롭기 불칼 같고 하루에 열두 번도 변덕이 죽 끓던 서슬이 퍼렇던 시어머니 돌아 가시던 날 어머니의 얼굴은 오랫만에 온화하셨지.


그 어머니 돌아가신 방에 나는 잠을 자고 노래를 하고 시를 쓰고 뒹굴기도 하네. 조그만 소반에 언제 부턴가 나는 내가 가진 돈을 다 내어 놓고 오방줄을 구해 자비도량참법에 걸어 놓고 정화수를 올리며 어머니를 기도하네. 지친 삭신과 폐허화 된 영혼을 정화수에 담아 어머니께 올려 나를 구제하려 하네. 맏이가 객지에서 돌아 왔다고 이제 안심하고 죽으려네 하면서 나를 바라보던 어머니의 얼굴이 소반에 그윽하네. 그토록 불효막심했던 맏이를 효자라고 부추기던 남매들 앞에서 나 죽으면 오래비가 부모다 오래비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아이들은 철없이 울어서 그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신지 서 너 해 지난 지금에사 독방의 정화수 앞에 앉아 꺼이꺼이 울고 있네. 철이 들면 죽는다고 했는데 나도 때가 되었나 보다 생각하면 만사가 까맣게 되어 앞이 보이질 않네.


어매야! 한줌의 따듯한 유골을 먼저 간 남편의 유소에 집어 넣을 때 그 때 비로서 억장이 무너지고 하늘이 거꾸로 돌고 땅이 하늘이 되더라. 이렇게 비라도 내리면 그 독하던 남편의 품으로 스며 들었는지 진정 궁금해서 비게인 다음 날 낫을 들고 잡풀을 헤치며 산소를 찾아 간 게 몇 번이나 되더라. 살아 생전 불식이 무슨 낯으로 뒤늦게 이러는지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게 아침이면 정화수를 떠 놓고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이 누웠던 자리에 누워서 잠을 자면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이다.


따듯한 시신에 얼굴을 대어 보았지만 이승의 온도가 식어지더니 차가운 온도로 저승의 속도로 모자지정은 끊어지더라. 수행 같은 삶을 산 당신이기에 천국이야 따논 당상이고 새색시 때의 얼굴표정에 관속이 다 환하더라. 눈물을 주르륵 흘리던 아이들도 다 그래 엄마는 천국으로 바로 갈거야 하고 손을 모으더라. 고행 같은 지난한 삶이라도 모자지정의 인연이란 수미산을 몇 만 번씩 돌아야 한 번씩 이어지는 인연이라고 불가에서 말하듯이 우리의 인연은 끝이 났지만 아침 마다 우리 서로 생각이 날 때면 엄마가 좋아하던 소반 위의 정화수로 오셔서 정담이나 나눕시다.


어머니가 쓰던 의자와 아끼던 기저귀를 버렸다. 안개 자욱한 저 멀리 금오산 자락이 흡사 천국 같기도 하다. 인자한 우리 어매가 빙긋이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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