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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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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03회 작성일 25-10-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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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생일 




성질머리 꼿꼿한 남편이었다. 술이라도 거나하여 퇴근하면 화병이 놓인 선반을 손으로 닦아 보며 먼지가 앉아 있으면 화를 내던 그런 남편이었다. 아침 밥상에서 돌이라도 씹히면 숟가락을 놓고 출근을 해 버리는 그런 모진 남편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신혼의 기억이 희미하다. 워낙 먼 얘기라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나의 만행으로 아내가 힘들어 했던 기억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쏟아져 나온다. 참 나쁜 신혼의 남편이었다.


아내를 회사동료로 만나 가벼운 눈인사만 주고 받던 처지의 내가 어느날 갑자기 군에 가느라 사랑의 싹이 돋기도 전에 일시에 싹이 시들어 버렸다. 34개월이라는 긴 병영생활을 하고 복직을 했더니 놀랍게도 아내가 아주 성숙한 숙녀가 되어 실험실의 고참이 되어 있었다. 사실은 내가 군대에 가기전에는 아내가 고등을 하고 입사를 했는데 새내기 이년 차인 내 밑으로 들어와 일을 배우고 회사생활을 시작하던 병아리 사회초년병이었다. 하지만 복직을 하고 보니 처지가 역전이 되고 달라진 과정과 환경을 새로 터득하고 배워야하는 묘한 입장의 처지가 되어 버렸다. 힐끗힐끗 눈치를 보아가며 일을 다시 배웠고 인간도 동물이라 영역싸움 같은 것들이 수시로 부딪혔다. 그런 싸움이 잦아지고 화해를 하고 이따금 실험실 전체 인원이 강 건너 봉은사로 야유회를 가기도 하며 애증이 애정으로 변해감을 우리는 서로 느낌으로 젖어드는 것을 눈길로 알았다. 그리고 시기가 다 왕성한 성장의 시기이고 혼인의 계절에 닿아 있는 나이들이라 계란 같은 얼굴에 웃는 모습이 어느 날 갑자기 반려자의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사랑의 열병에 빠져버렸다. 내겐 신선한 서울처녀였다.


그 후로 결혼을 하고 남매를 생산하여 다 출가를 했으니 사람이 할일은 다 했다. 이따금 찾아오는 손자 손녀들을 안으며 아내는 세상의 환희가 한꺼번에 분출이 되어 정신을 못차린다. 그런 아내를 보면 처녀적 감성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네 하며 50여년 전 기억 속으로 빠져 혼자 빙긋이 미소를 짓는다. 모진 남편 만나 엄청난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시집이 시골이라 서울색시가 집안 풍속을 익히느라 고생을 했다. 시할머니가 참 귀여워 해서 홍시를 좋아하는 손주며느리를 위해 대감만 먹는다는 통감홍시를 초겨울이면 상자째 내어 놓기도 했다. 그 외에는 다 시집생활이 힘들었다. 온순한 어머니였지만 고부사이는 그렇지 못했다. 사사건건 부딛히기 일수여서 돌아가실때까지 앙금이 길었다. 아내가 참 힘들었다.


비 오기 전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예고 하듯이 달포 전부터 아내는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면서 본인 생일 인근에 있는 손자들의 생일과 사위 생일을 들먹이면서 예고방송을 해댔다. 내가 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이번 생일은 아내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가 있어 더욱 냉정한 모습이 되어 모른척 하고 견디고 있었다. 그날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다.


아내가 피자를 좋아하니 우선 황리단에 있는 소문난 화덕피자집에 예약을 해뒀다. 피자와 스파게티를 좋아하니 간단해서 좋기는 하지만 나는 별로다. 그리고 피자를 자르며 좋아하는 테이블위에 어제 주문한 화환(화환명이 사랑의 맹세였던가?)을 슬그머니 올려 놓을 예정이다. 그러면 아내는 아이들에게 자랑할 영상들을 부산을 떨며 찍어 올릴 것이다. 그래서 배가 두둑하면 어쩔 수가 없다라는 영화도 예약을 해 두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보문호를 걸으며 살아 온 지난날의 소회를 얘기하고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 그러면 아내가 어떤 말을 할 지 귀추가 주목 된다. 이 사람이 미쳤나! 해도 나는 미소로 용서를 구할 것이다. 이제 그럴 기회가 드물 것이기 때문이었다,


앞에 얘기한 부분들이 다 어제 일어난 일들이다. 늦잠이 길어진 아내를 깨우지 않을 것이다. 노년이 힘들텐데 몸까지 무거우니 쉬이 일어나기는 힘들게다. 이제 집안에 어른이시니 기침을 종용할 수가 없는 처지다. 가을날씨가 끝도없이 어둡다. 먹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가을 하늘이 파랗게 들어날 가을을 고대하고 있다.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 보 몽* "隨筆家`詩人" 님!!!
 젊은時節의 新婚이야기 들으며,詩人님의 追憶에 共感하고..
 會社에서 同僚로 만나, 結婚까지 成事하신 두分사랑이 感動`여..
 男妹를 두시고 孫子`孫女까지 두셨으니,師母任의 功勞가 큽니다`如..
 本人은 同甲나기 解放동이 夫婦이고,軍時節에  年上同僚의 누이同生예..
"師母任"의 生辰은,잘 치르셨겠져.. "계보몽"詩人님! 늘상,健康+幸福하세要!^*^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박사님 건강하시죠?
늘 신변잡기 같은 글에 공감을 해주시고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신혼시절의 난행에 일생을 목이 잡혀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 씻어나가려 노력중입니다 ㅎ

사모님께서 군동료의 여동생이시라니 참 마음에 흡족하셨나 봅니다
동갑나기 해방동이시라면 한 세월 건강하게 잘 살아오셨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행복한 삶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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