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숭어리 품은 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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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숭어리 품은 나목
최명운
밭에서 가지치기하는데
갑자기 눈구름 하늘을 덮더니 함박눈이 내린다
하던 일 멈추고 휴대전화기 꺼내 사진을 찍어본다
그 옛날 함박눈 내리면
두 손 쳐들고 몸을 좌우로 비틀며
추운지도 모르고 뛰어놀았다
눈사람 만들다 손이 얼면 모닥불 피워 녹이고
양쪽 가슴에 손을 넣기도 했다
친구들과 눈싸움하면서 눈 위에 넘어트려
옷을 들추고 등에 눈을 쑤셔 넣기도 했다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목에 눈이 쌓여 눈꽃이 피었다.
텃밭에 심은 매실나무 심상치 않다
지난여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홍매실 나무 한 그루가 말라 죽었다
직장 다닌다고 과실나무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인지
주변 환경오염으로 매실나무가 고사하는 것인지
기후 때문인지, 병 때문인지
오가피 열매 따던 10월경
나무 생기가 없고 점점이 이상하게 말라가는 듯하더니
죽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몇 년 안에 모두 고사할 거 같다
눈이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데도
날이 포근해서인지 내리는 대로 녹는다
하지만 눈을 맞으며 일을 해선지 신발 속 질퍽거린다
매실나무 마른 가지에 몇 개씩 앙증맞게 꽃망울 생겨
무조건 가지치기할 수가 없다
어린 시절 집 앞 감나무 잎이 나지 않은 해가 있었다
말라 죽은 줄 알고 감나무를 땔감으로 쓸려고 베었는데
베다 보니 감나무 속은 살아 있었다
이미 절반을 톱질한지라 그냥 베어 넘겼는데
그때 아버지한테 야단맞은 기억이 있어 더 지켜볼 요령이다
하지만 말라 죽어가는 나무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돌아오면서 세차장에 들러 세차를 했다
예전 같으면 자동세차장에 차를 넣었지만
요즘은 손 세차 한다
자동세차는 자동차 외관이 긁혀 보기 싫은 흠집이 생긴다
새 차 사고 나서 시간이 더 걸리고 돈도 더 들어가지만
손 세차로 바꿨더니 세차하고 나면 반짝반짝 한 것이 기분이 좋다
다시 눈이 내린다
세차한 것이 엉망이겠다
눈이 내리며 대기에 있는 먼지를 품고 내리기 때문에 차가 더럽혀진다
6시 30분에 모임이 있는 날이다
걸어서 모임 장소로 가려는데 눈가 비가 섞여 내려 자동차로 가기로 했다
시내 곳곳이 정체되었다
시가행진하는 민주노총 집회 때문이다
모임 장소에 도착했는데 대부분이 약속 시각 한참을 지나서 왔다
내년 해외여행 가는데 의논할 일도 있고
연말이라 겸사겸사 송년회 했다
눈이 내리고 녹아 도로가 질퍽질퍽 어수선하다
사계 중 맨 마지막 겨울 타이스 명상곡처럼 봄까지 이어진다
우리 인생 또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
말라죽는 매실나무처럼 피폐해 지리라
무르익을 봄의 정취 생각하며
설중매 설 수화 산수유 품은 꽃숭어리처럼 내일을 품자!
댓글목록
신광진님의 댓글
최명운 시인님 반갑습니다
아름다운 영상 시 멋집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최명운님의 댓글
신광진 시인님 가족분들과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