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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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드롱이 하얀 꽃잎을 열고 감추어 두었던 붉은 혀를 길게 내밀었다.
겨우내 앙상하게 말라있던 나무 줄기와 가지에 봄이 되자 파란 잎이 돋아 올라왔다.
6월 중순, 잎새들 사이로 꽃 망울이 맺히고 점차 커져 순백의 꽃 봉우리가 만들어졌다.
곧 이어 하얀 꽃잎이 입을 열었고 그 안에서 빨간 구슬 하나가 몸을 드러냈다.
빨간 구슬이 다시 입을 활짝 열자 그 안에서 실 처럼 가느다란 막대 다섯 개가 길게 뻗어 내려왔다.
그 막대들은 네 개의 수술과 한 개의 암술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술 끝에는 쑥색의 꽃밥이 커피 알갱이
모양을 하고 앙증맞게 붙어 있다.
이로써 하나의 덴드롱 꽃이 완성되었는데, 그 자태가 유려하고 수려하며 유난히도 맵시 있고 섹시하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듯이 활짝 피어난 꽃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날렵하게 뻗어 내렸던 수술은 하루가 지나자 스스로 또르르 말아 빨간 꽃잎 뒤로 몸을 숨겼고,
암술은 외로이 홀로 남아 허공을 지켰다. 꽃잎은 서서히 탄력을 잃고 시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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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혀를 내밀기 위해
일년을 하루처럼 기다렸다
하지만
절정의 시간은
단 하루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댓글목록
향기초님의 댓글
한 편의 꽃의 일대기를 보았습니다
새하얀 봉우리 속에서
붉디
붉은 꽃잎
쎅시하네요
하루라니
못 보고 지나쳤음
우째쓰까요^^
다정다감한 꽃의 일대기
감사해요~~
惠雨/김재미님의 댓글
그렇게나 빨리 제 모습을 감춘다니 그것도 신기하네요.
보통은 만개 후 며칠이 지나야 지잖아요.
덕분에 감상하고 갑니다.
늘푸르니님의 댓글
입술꽃이란 애칭을 갖고 있죠.
새하얀 꽃잎속 감춰두었던..수려하고 맵시있는 섹시하게 예쁜 이 꽃이
절정으로 피어나고 그 모습이 하루 이상을 가지는 못하는 꽃이었군요..아깝게도..
섬세한 관찰로 담아내신 고운 모습들 감상 잘했습니다.
hemil해밀님의 댓글
입술꽃이란 애칭이 있었군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