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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일구는 텃밭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81회 작성일 22-11-30 16:58

본문

#디카에세이

[시를 일구는 텃밭 / 이시향 (2022년11월 27일) ]
 

추워서 두꺼운 옷으로 챙겨입고 텃밭으로 향한다. 아침 일곱 시인데도 물안개 때문에 도로와 도시가 십여 미터 앞이 보이지 않고 앞산도 윗부분만 조금 보인다.

아무도 없는 텃밭은 아직 떠오르지 않은 태양과 안개에 싸였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지 나무에 까치 떼만 시끄럽고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로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안개 / 이시향]


차와 도로
가로수와 도시를
꽉 채운
거대한 자물쇠는
텃밭과 앞산까지도
한 색깔로
희뿌옇게 잠가놓았다.

색이 사라진
수묵화 나무 위에
보이지 않아
날아가지 못한다며
떽떽꺆꽣캭떽
시끄럽게
때까치 소리 들린다.

산등성이 너머로
게으른 태양
빼꼼하게
햇살이라는 열쇠로
자물쇠를 푼다
찰칵찰칵~~
색이 잡힌다. 

먼저 서리가 사라지기 전에 휴대폰으로 반짝이는 서리 사진을 찍는다. 마늘잎이 거대한 빙벽이 되어 유혹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오르고 싶다.

비가 와서 그런지 일주일 만에 많이 자란 무를 더 추워지기 전에 뽑는다. 가져간 포대 다섯 개에 나눠 담고 무청은 따로 잘라 옆에서 같이 농사를 짓는 형님 비닐하우스에 걸어 놓았다.

무가 많은 것 같아 모두 뽑지 않고 월동을 위해 조금 남겨놓고 목도리처럼 빙 둘러서 감싸놓았다

고춧대를 정리한다. 올해는 고추에 병이 오지 않아 싱싱해서 뽑지 않고 두었는데 서리를 맞아 못쓰게 되었다. 서리가 얼어 있어 끈이 풀리지 않고 땅도 얼어 지주대가 뽑히지 않아 손끝이 얼얼하다.

말라버린 블랙베리도 내년을 위해 전지를 해주면 정리를 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싱싱하던 양애와 수국잎도 찬 서리를 맞아서 시들시들 말라는데, 햇살이 떠오르며 기온이 올라간다.

그래서 그런지 텃밭에 분홍찔레가 다시 피었다. 풍성하고 윤기나던 봄보다 어쩐지 더 애처롭게 찔레꽃스럽다.


[늦바람 / 이시향] 

겨울 오는 길목에 화들짝 핀
분홍찔레 두어 송이
서릿발도 이겨내며 목숨 걸고
홍조를 피워냈다
 

가뭄이 심해서 회동수원지에 물이 많이 없다. 오는 길에 갈맷길을 둘러보고 집으로 향한다.

 
추천1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맞아예~
詩人님~
詩가 저절로 뜨오르는 텃밭 맞아예
그러나 아무한테나 그런건 아니지예
하나하나의 풀들에게 라도 애정을 가져야 그렇게 되겠지예
이 추운날 핀 분홍 찔레꽃 어쩌자고....
이제 밭농사는 끝났고 갈무리만 잘 하시면 되겠네예
무우청 말려서 겨울에 먹는 그맛에 아직 한 시간 더 기다려야 하는 식사시간
배가 고파집니다 ( 약 복용 후 1시간 후에 식사)
눈도 마음도 서언 해지는 밭 풍경 즐감 합니다
따스하시게 겨울 잘 보내시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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