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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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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5회 작성일 25-05-07 02:41

본문

이사 가는 날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실직을 하고 이력서를 들고 꽤 오랫동안
직장을 구하러 다녔다.
결국 집을 팔아 빚을 갚고 낯선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아내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시작해야 되는
새로운 삶이 두렵고 외로워 울고 싶었지만 남편의
절망을 아는지라 내색할 수 없었다.
이삿짐을 정리하던 아내는 싱크대 서랍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이사 오느라 애쓰셨어요.
저는 이곳에서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특히 부엌에 있는 작은 창으로 내다보이는 바깥풍경은
늘 한 폭의 수채화같이 멋지답니다.
당장 이용해야 되는 가게 전화번호입니다.
주인 모두 친절하고 다정한 분입니다. 행복하십시오.”

글 밑에 빼곡하게
쌀집, 채소가게, 정육점, 약국, 미용실, 목욕탕 등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아내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춥고 앙상한 겨울 산이지만 머지않아 연둣빛
새싹이 돋고 진홍빛 진달래가 수 놓여진 아름다운
봄 산이 되리라.
아내는 전에 살던 사람이 남긴 편지 한 통으로 이곳에서
행복을 꿈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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