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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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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6회 작성일 23-06-17 21:23

본문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은
당신 마음속에 들앉은 생각의 집이다.
대문도 울타리도 문패도 없는 한 점
허공 같은 강물 같은 그런 집이다.
불안도 조바심도 짜증도 억새 밭
가을 햇살처럼 저들끼리 사이좋게
뒹굴 줄 안다.

아무리 달세 단칸방에서
거실 달린 독채 집으로 이사를 가도
마음은 늘 하얀 서리 베고
누운 겨울 들판처럼 허전하다.
마침내 32평 아파트
열쇠 꾸러미를 움켜쥐어도
마음은 아파트 뒤켠
두어 평 남새 밭 만큼도 넉넉지 못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분양 받기 힘든 집은
마음 편안한 무욕의 집이다.
그런 집에서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
때묻고 구김살 많은 잡념들은
손빨래로 헹구어 내고 누군가가
수시로 찌르고 간 아픈 상처들도
너와 나의 업으로 보듬고 살자 어쩌랴

나의 안에 하루 하루 평수를
늘려 가는 고독의 무게 지워도 지워도
우리 삶의 인터넷 속에 무시로 뜨는
저 허망의 푸른 그늘을 이젠 고독밖에
더 남지 않은 쓸쓸한 비밀 구좌 모두모두
열고 좋은 생각으로 버무린
희디흰 채 나물에 고집스런 된장찌개가
끓는 밥상 앞에 당신과 마주앉아
따스한 얘기를 젓가락질 하고 싶다

출처 : 이광석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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