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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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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6회 작성일 22-02-17 00:07

본문

붙잡을 수도

포옹할 수도 없는

이 무한한 공간의 휩쌓임 속에

전혀 성질을 달리한 두 세계가

놓여 있습니다.

넓다란 지구 위를 태양과 달이

번갈아 비추이듯

이 두 세계는 동시에 하나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신과 나의 세계가

바로 그것입니다.

 

당신의 세계!

그것은 봄날의 아지랭이 속을

자유로이 나는 종달새이며,

여름 한나절의 폭염속에 출렁이는 바다입니다.

그리고

영롱한 아침햇살에 비추이는

풍성한 가을날의 들녘이며,

겨울 이른 세벽

소리없이 소복히 쌓여 있는 하얀 눈입니다.

또한

그것은 아무도 밟지 않았던

동경과 신비의 땅이요,

아직 붓칠하지 않은 햐얀 캔버스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나의 세계는

너무나 고요합니다.

너무나 삭막합니다.

소름이 끼칠정도로 적막하기만 합니다.

그것은 암흑이며

죽엄입니다.

 

아니,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을 거예요

그것은 잘못 생각한 겁니다.

지칠줄 모르는 젊음과

붉게 활활 타오르는 정열(精熱)이 있습니다.

조그마한 일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정성드려 꽃을 가꿀 수 있는 자그마한

사랑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위에 어깨위에 소복히 쌓인 눈을

조심스러이 털 수 있는 소박한 멋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이 두세계는

동시에 하나 일순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도전이라도 해보련듯

몸부림 치고 있는 한 그림자가 있습니다.

그 그림자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안절 부절 어쩔 줄 몰라

서성이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그림자입니다.

 

그런데

순간

한줄기의 번득이는 섬광이 있고

심장의 갑작스런 박동소리에

이 고요가 깨지고

사색의 문이 활짝 열려

두 세계는 파괴되어

하나로 이어졌습니다.

 

그제서야

그 그림자는 사색의 문이 주는 의미를

알았을 겁니다.

널려있는 무한한 공간은 두 세계를

동시에 하나로 만들 수 없지만,

사색의 문은 두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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