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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1회 작성일 23-12-02 21:06

본문

외로운 풍경을 서서히 지우는 저녁



  -- 정민기

 

등산로 입구 주위에 작은 집들이 사이좋게

장독대 위 항아리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시린 겨울 이야기는 저물어 가고

봄 이야기가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밤마다 창문으로 들여다보이는 시커먼 우주

저편 가로등 아래에서 첫사랑이 울고 있다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빛 동아줄을 내려주는 달

한자리에 머무르지 못하고 떠도는

바람의 뒤를 졸졸 따라가다가 우뚝 멈춘다

서러운 한마디 내뱉고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을 붙잡지 못하고

뒷모습만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한다

하늘에 띄운 구름 편지 그대에게 흘러가고 있다.

나무가 되어 네가 걸어가는 길목에 서 있고 싶다

땅바닥에 쓰러진 낙엽을 일으켜주는 바람

구슬프게 우는 산새를 뱉어내는 산골짜기의

외로운 풍경을 서서히 지우는 저녁

아쉽게도 슬픔은 메아리가 되지 못했다

적막을 깨우는 꿩의 울음소리를 덮고 잠자던

그가 걸어오는데

실루엣만 겨우 보이는 얼굴을 자석처럼

내 얼굴이 막무가내로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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