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조각가 심 씨의 출생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죽은 조각가 심 씨의 출생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화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03회 작성일 19-09-04 17:00

본문

죽은 조각가 심 씨의 출생




신해(辛亥)년 계사(癸巳)월 정해(丁亥)일.

무릎 하나를 세우고 앉으니 무릎 하나가 저 아래 있었다.
새벽녘엔 남의집살이를 마치고 돌아온 아비가 이른 마당을 쓸었다.
고심하다 초롱에 불을 올리니 바람벽이 가물가물 바삐 세운 무릎을 흔든다.
밖은 꽃이 벌써 저물어 주먹만 한 능금이 열린다는데 벼랑밑돌무지처럼 차가워진
자식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수 일 암톨쩌귀에 검지를 넣어 고장난 문을 닫았다.
바늘귀가 밝으면 며느리가 고생 한다는 옛 말에 곰곰 하다가 곰방대에 연초를 재 재며 멀리
밀어놓은 쌈지를 무릎 아래 들인다.
낮에는 만삭의 지에미를 생각하여 낙과를 주워 온 아이들을 나무라며 멀리 쫓았다.
이승을 걷는 걸음이 삭은 지팡이 같아서 불도저가 토지를 개량하다 멈춰 서 있는 강변에서
생떼를 쓰듯 목청을 높혔던 아이의 출산이 오늘 내일, 비릿한 귀엣 향을 살 냄새를 흠뻑 벼를고 있던 터다.

신해(辛亥)년 계사(癸巳)월 정해(丁亥)일.

늦은 화목 숲에서 생솔같은 어둠이 번지더니 이내 흙 마당 소막에 이르러서
갓 젖을 뗀 수송아지 눈망울에 맺혀있다.
애호박을 끓여 차린 밥상머리에 스테인레스 수저 소리만 바삐 오갈뿐 식구들은 말없이
빈찬(貧饌)의 식사를 마쳤다.
낮에는 아이들이 풋사과 서너 개를 주어와 시어머니 눈을 피해 주고 갔으나 차마 혼자 먹을 수 없었다.
가지나무 꽃자루에 번지는 자줏빛이 꽃보다 고와서 수일 쪼그리고 앉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곤궁한 생활에 입 하나 더 느는 일이 그저 막막하여 무심한 남편의 등을 오래 바라보다 잠드는 일이 근일 잦아졌다.
"생입에 거미줄 친다더냐" 노을이 붉은 저녁 강변에서 쩌렁토록 고함을 지르던 시어머니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하여 가쁜 숨을 토하다 뭉클한 아랫배를 쓸어안는다.

그의 환도(丸刀)는 사막의 능선에 도착해 있었다.
바람이 일기 전에 낙타의 무리가 별을 지고 먼 지평을 지날 것이다.
어둠은 미완의 풍경에도 스스로 연마된다고 믿는 그는 밤이 온다 해도
시간의 경계를 따로 세기지 않는다.
평도(平刀)로 밀어 올린 늦은 공중을 내려놓으며 그는 창문을 닫았다.
스위치를 끄자 도심의 어둠 저편에 희미하게 초로의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아득한 저편을 만져 본다. 까칠한 턱이 마른 모래알 같다고 생각한다.
낯선 타지(他地)에서 잠을 깬 늦은 나절처럼 그는 그에게서 멀리 나와 있었다.
한 번도 부조(浮彫)되지 못했던 생(生), 창칼을 손에 쥘 때마다 그는 망설였다.
풋사과가 더미로 쌓여 있는 좌판을 지날 때마다 어느 계절은 우물처럼 음각의 기억을
퍼 올린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신해(辛亥)년 계사(癸巳)월 정해(丁亥)일에 비롯된
그 사내다.
일간지 사회면에 찍힌 사진의 후미진 뒤꼍을 일말의 포즈도 없이 무심히 지나가던 어제, 그 사내



<div class="content_copy">[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9-05 09:36:1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div>
추천0

댓글목록

Total 5,279건 1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279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 09-17
5278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 09-17
5277
댓글+ 10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9-16
5276
거울 속 골목 댓글+ 10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9-16
527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 09-16
5274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9-15
5273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 0 09-14
5272
바둑 댓글+ 2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9-14
5271
층간소음 댓글+ 1
신수심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 09-14
5270
가을哀 댓글+ 5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9-13
5269
댓글+ 2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09-13
5268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 09-12
5267
호미 댓글+ 12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9-10
5266 신수심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 09-10
5265
석류 댓글+ 1
여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9-09
5264
어느 장례식 댓글+ 16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9-09
5263
숫돌을 베다 댓글+ 2
최경순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9-09
5262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9-07
5261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1 09-05
5260
물품 보관함 댓글+ 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 09-05
5259
노경(老境) 댓글+ 6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9-05
5258
그늘 댓글+ 2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9-05
열람중 이화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4 0 09-04
5256
가을장마 댓글+ 11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5 0 09-04
5255
건전지 댓글+ 8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2 0 09-04
5254 한드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9 0 09-02
5253
임플란트 댓글+ 10
최경순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09-01
5252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 0 09-01
5251
인어의 춤 댓글+ 14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 08-31
5250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8-30
5249
시간의 책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8-30
5248
손님 댓글+ 8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8-30
524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8-30
5246
수면 댓글+ 4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6 0 08-29
5245
직진(直進) 댓글+ 14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8-28
5244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8-28
5243
배달부 댓글+ 1
김삿갓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8-26
5242 한드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08-25
5241
나팔꽃 댓글+ 12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 08-24
5240
간이역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08-21
5239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8-19
5238
눈물 (퇴고) 댓글+ 10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 08-19
5237
예초의 계절 댓글+ 10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8-19
5236
자화상 댓글+ 8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8-19
5235
적색편이 댓글+ 3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8-19
5234
오래된 낙서 댓글+ 2
한드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 08-19
5233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8-18
5232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8-17
5231
환절기 댓글+ 2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8-17
5230
가을 여행 댓글+ 8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 0 08-17
5229
시인 건조증 댓글+ 8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8-17
5228
앵오리 댓글+ 1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8-17
522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08-17
5226
입추 댓글+ 4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 08-15
5225
황홀한 여행 댓글+ 4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8-14
5224
지각변동 댓글+ 8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8-13
5223
메꽃 댓글+ 3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8-13
522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8-13
5221
마가목2 댓글+ 4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8-11
5220
일기(日記) 댓글+ 1
이화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 0 08-10
5219
분수 댓글+ 8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8-10
521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 08-09
5217
처갓집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8-09
5216 이화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08-09
5215
합죽선 댓글+ 11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08-08
5214
바람 댓글+ 4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08-07
5213
혈의 누( 淚) 댓글+ 5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08-07
5212
당신 댓글+ 4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0 08-06
5211
지천명 댓글+ 10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8-05
5210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8-0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