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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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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1회 작성일 19-10-04 18:21

본문

             - 화장 (火葬) -

                                    이 장희

유리벽 너머로 사각형 난로가 서있다

유리벽에 커튼을 치는 것이 수상해 보인다

살이 타는 냄새는 없고

서랍장 같은 불구덩이 속에서 몸은 지워질 것 같다

유리벽 너머로 사라지는 살 살 살

곡선과 밀가루반죽 같은 늘어진 살

온몸을 더듬던 털들도 사라지고 있을 것 같다

뜨겁다고 말할 것 같은 살

비명을 지르고 바동거리며 사라지는 살

불속을 꼭 껴안고 울 것 같은 살

살을 내주며 더 하얗게 웃고 있는 뼈

더 이상 살을 붙잡지 못하는 뼈

시간이 지날수록 하얀 숯이 될 것 같은 뼈

화구입구 유리창 너머로 눈물이 달려가고 있다

서너 시간을 불속에서 허우적거릴 거 같은 살

피눈물을 쏟아내며 애원 할 것 같은 뼈

하얀 숯이 되어 밀가루로 변하는 아득한 시간

화장이란 방앗간에 갇혀서 가루가 되는 뼈의 절규

곱게 분말로 다시 태어난 뼈

보면 볼수록 억장이 무너지는 눈물의 호소

이제 저 하늘 반짝이는 별들을 가슴에 품을 수 없고

흙을 밟을 일도 없는 사라진 몸

그림자마저 빼앗긴 몸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하얀 꽃가루가 되어 항아리에 갇힌 뼛가루

꿀 단지 같은 항아리 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것 같다

항아리는 독방 같은 유리벽 안에 다리를 펴고 누워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0-08 08:36:0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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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 별이 되어 날아갔을 웃음과 울음의 슬픈
하모니가 마음을 울리네요
뜨거운 유리벽 앞에 서면 가슴은 반대로
얼어붙는 그 순간들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벽 앞에서
산자들이 느끼는 감정으로만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어릴 때는 무덤을 보면 죽은 이도
고통을 느낀다고 믿었던 적이 있어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무엇이 맞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니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는 길은 편안한
순간들이 이어지는 길이기를 바랄 뿐이겠지요
좋은 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음보다 더 비참한 것은 없다고 봐요.
화장하는 걸 가끔 보지만
넘 기분이 짠 하더군요.
누구나 한번쯤 죽겠지만 죽으면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 모를테니
화장하는 모습을 본다면 더 경건해 져야 하겠지요.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좋은가을 행복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라라리베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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