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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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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232회 작성일 18-12-17 19:57

본문

 

 

귀신이 산다

 

이명윤



 

야시골 서편 오래된 폐가에

귀신이 산다고 모두들 수군거린다

거뭇거뭇 해가 지면

기이한 울음소리 들려온다며 무서워한다

어릴 적 자주 놀러 간 그 집

내력 잘 아는 나는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건넌방에 옛 동무랑 오순도순 누우면

가만히 색동 이불속 발가락 간질이던

창문 밖 쓱 긴 머리카락 드리우다 밤이면

어둑한 뒷간에 몰래 숨어

두 손 들고 히죽거리던 처녀귀신

허나 벌써 수십 년도 지난 일

지금쯤 무정하게 늙은 그녀만 남았을 텐데

관절에 힘도 없고 머리도 허옇게 새었을 텐데

침침한 저녁 문지방 넘다 소복이 걸려

문짝과 함께 나자빠지진 않았을까

흰 고무신 두 짝 가슴에 안고

기울어진 대청마루에 중얼중얼 앉아 있진 않을까

산짐승 무서워 빈 독에 숨어 뚜껑을 닫고

한 달이 넘도록 꺼이꺼이 울고 있을지도 모르지

, 오늘 같은 밤에 지붕 우에 앉아

아이 추워, 아이 추워, 청승맞게 칭얼대면 어쩌나

가만 생각하니 은근 걱정되는 것인데

샛바람만 불어도 덜덜거리는 무서운 적막

부뚜막 온기가 사라지고 수도도 전기도 끊기고

택배마저 오지 않는 폐가에 남아

 

귀신은 도대체, 저 혼자서

무얼 먹고 살아가나



-계간 시와사람2018년 겨울호


추천1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릇 시를 쓰는 사람이면 사물에 대한 애정을 넘어,
귀신까지 돌보아야 합니다...^^;; 흠흠~~~

시마을동인님들,
추운 겨울밤 귀신과 함께 행복하십시오오오오~~~~~~~~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춰
그렇지만 귀신때문에 추위는 홀랑 날아갔습니다
어릴적 폐가 옆을 지나치다 보면
섬찟
제 몸이 아주 연약한 나머지 헛것도 가끔 보곤 하여지요
후덜덜 떨며 시 기차게 빨리 읽었습니다
오줌 또한 지리지 않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명윤 시인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 산적형님
무서운 귀신이야기에도 오줌을 지리지 않고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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