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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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
스스로 은밀해진다는 건 단순히
무늬를 잃어버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에요
매번 달라지는 염세적인 험한 정의 때문만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갈림길에서 잘린 이음줄의 헐거워진
몸 안 적의 때문은 더더욱 아닙니다
기울어진 중심잡기의 답신을 기다리는 것이
왜 꼭 별의 궤적을 찾아야만 하는지에 관한
어쩌면 좀체 풀리지 않을 인연과
더 이상 다정할 수 없음에 그랬다면
이해하실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낮고 초라해져
걸을 수조차 없이 웅크리고 있게 되는
말수 없음을 엇갈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초원을 잊지 않고
벼랑 끝에서도 새가 된다는 것과
젖은 종이처럼 눅눅한 얼굴로
낮과 밤의 구별법을 기억하려고
하루에 한 번 거울을 보는 것이
유일한 밤의 문장일지라도
불안한 침묵 속 알몸의 비명들도
넝쿨이 될 내력을 가지고 있고
좁아질 대로 좁아진 긴 하루의 목록에서
사라진 이름을 불러 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어둠도 읽다 보면 정의가 바뀔 수 있음을
기억할 테니까요
쉿
이제부터
사라진 무늬를 찾는 추적자와 숨바꼭질을 해야 해요
잠시라도 흔들리는 기척이 있다면
몸을 둥글게 말고 낮은 자세로
조심스럽게 발뒤꿈치를 들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스스로 은밀해진다는 건 단순히
무늬를 잃어버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에요
매번 달라지는 염세적인 험한 정의 때문만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갈림길에서 잘린 이음줄의 헐거워진
몸 안 적의 때문은 더더욱 아닙니다
기울어진 중심잡기의 답신을 기다리는 것이
왜 꼭 별의 궤적을 찾아야만 하는지에 관한
어쩌면 좀체 풀리지 않을 인연과
더 이상 다정할 수 없음에 그랬다면
이해하실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낮고 초라해져
걸을 수조차 없이 웅크리고 있게 되는
말수 없음을 엇갈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초원을 잊지 않고
벼랑 끝에서도 새가 된다는 것과
젖은 종이처럼 눅눅한 얼굴로
낮과 밤의 구별법을 기억하려고
하루에 한 번 거울을 보는 것이
유일한 밤의 문장일지라도
불안한 침묵 속 알몸의 비명들도
넝쿨이 될 내력을 가지고 있고
좁아질 대로 좁아진 긴 하루의 목록에서
사라진 이름을 불러 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어둠도 읽다 보면 정의가 바뀔 수 있음을
기억할 테니까요
쉿
이제부터
사라진 무늬를 찾는 추적자와 숨바꼭질을 해야 해요
잠시라도 흔들리는 기척이 있다면
몸을 둥글게 말고 낮은 자세로
조심스럽게 발뒤꿈치를 들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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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멈취..
어 어 어
들락난락 한 것 걸리고 말았네요
귀한 시 증발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주말 맞이하십시요
한뉘님의 댓글

아ㅎㅎ 기정님 좋은 기운^^ 흠뻑 받아 쟁여두고
조금씩 꺼내서 충전하겠습니다^^
자주 뵙고 인사 두루두루 해야 하는데ㅜㅜ
번잡스러움에 소홀했습니다ㅜㅜ
주말 차가운 날들이지만ㅎ 기운 팔팔ㅎㅎ
보내십시요^^
서피랑님의 댓글

차분한 어조가 좋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한뉘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서피랑 시인님^^
잘 지내시죠ㅎ
날씨가 제법 참 겨울의 경계를 넘나드네요
건강 유념하시는 일상 되시구요^^